긍정과 희망을 주는 영화
한 해의 끝자락에서 긍정과 희망의 기운을 샘솟게 하는 영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희망의 언어
<블랙>
인도를 대표하는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가 만든 상업성과 예술성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작품이다. <블랙>은 상처입은 인간의 현실을 따뜻하게 조명하는 감독의 개성이 제대로 발현된 영화다. 미셸은 일상이 불안하고 불편한 시각장애인으로 검게 물든 세상을 살아간다. 청각장애까지 앓으며 자신은 물론 세상에 태어난 동생 사라에게도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고, 부모는 지체장애시설로 보내기에 앞서 장애 전문가 사하이를 초빙한다. 하지만 알코올중독자처럼 보이는 사하이를 믿지 못하는 미셸의 아버지는 해고를 통지하고, 우여곡절 끝에 20일간의 특훈을 시작한다. 세상에 눈뜨기 위해서는 언어를 알아야 하기에 무모하지만 수어와 입 모양으로 알파벳을 가르친다.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세상을 알려주려는 사하이에게 미셸은 과격하게 대립하고 결국 손에 부상까지 입는다. 하지만 그의 상처를 보듬는 사하이의 따스한 손길에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그렇게 배운 언어는 장애를 딛고 세상과 소통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불가능하다고 여긴 대학까지도 무사히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당당하게 독립한 미셸은 그사이 연락이 닿지 않는 사하이를 수소문하고 마침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은 그를 만난다. 그가 처음에 했던 것처럼 열정과 정성으로 사하이의 기억을 되살려내려는 미셸. 과연 사하이는 미셸이 가르쳐주는 언어를 기억해낼 수 있을까?
Black(2009, 인도)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출연 라니 무케르지, 아미타브 밧찬 외
장르 드라마
절망 속에서 피어난 용기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에이다 해리스는 참전한 영국 군인의 아내로 청소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매일 아침을 청소로 시작하여 카페에 들러 친구들과 수다 떠는 일로 하루를 마감한다. 여느 때처럼 청소 일을 하던 중 명품 디올 드레스를 보고 우아함에 푹 빠진 그녀는 500파운드에 달하는 디올 드레스를 사야 한다는 로망에 이끌려 파리로 향하는 꿈을 꾼다. 저임금 노동자의 수입으로는 어림없는 과욕임을 느끼고 온갖 자질구레한 일도 하고 경주견에 운명을 걸기도 하지만 결과는 절망적이다. 그러던 중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진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찾기로 결심하고 평생 꿈꿔오던 드레스를 사기 위해 그동안 모은 돈을 몽땅 털어 파리로 향한다.
힘들게 일하며 남편이 돌아오길 바라는 일념으로 버티던 그녀였지만 남편의 전사에도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것이다. 초라한 복장 때문에 회원제 디올 매장에서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친절한 후작의 도움으로 간신히 드레스를 구입한 해리스. 그러나 드레스를 몸에 맞게 가봉하는 기간이 1~2주 정도 걸려 어쩔 수 없이 파리에 머물게 된다. 과연 미시즈 해리스는 무사히 드레스를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떠난 여인의 동화 같은 이야기다.
Mrs. Harris Goes to Paris(2022, 영국·프랑스)
감독 안소니 파비안
출연 레슬리 맨빌 외
장르 드라마
모성의 빛나는 지혜와 용기
<노웨어>
임신한 몸으로 정치적 박해를 피해 남편과 컨테이너 밀항을 선택한 미아. 하지만 남편과 헤어지고 그녀가 탔던 상선이 침몰하여 컨테이너에 갇힌 채 대양 속에서 표류하는 신세가 된다. 미아는 바다 한가운데서 아이를 낳고,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모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 생활한다. 극한상황에서 아기를 살리려는 모성애는 비범하면서도 망설임이 없다. 반찬통, 이어폰, 옷가지, 낚시도구, 육아용품까지 그녀의 지혜로 제작됐다. 특히 충전식 드릴로 컨테이너의 천장을 뚫는 장면은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절망 속에서 결코 굴하지 않고 현실에 맞서는 비장하고 엄숙한 삶의 의지를 느끼게 한다.
설상가상 하늘을 보기 위해 천장으로 오르는 순간 날카로운 철판에 허벅지를 깊이 베이게 돼 주변에 있는 술과 와이어를 이용해 스스로 봉합까지 한다. 대양에 던져진 재난으로도 모자라 시련은 계속된다. 이런 비극적 상황에서도 아기는 무럭무럭 성장하지만 미아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컨테이너까지 침몰해 간다. 반찬통으로 작은 구명보트를 만들어 탈출한 미아와 아기는 표류 중에도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몇 날을 지나서야 작은 어선을 만나지만 미아는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 과연 미아와 아기는 살아서 희망의 땅을 디딜 수 있을까?
Nowhere(2023, 스페인)
감독 알베르트 핀토
출연 안나 카스틸로, 타마르 노바스 외
장르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