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생생한 이야기
파는 물건의 종류만큼 시장에는 수많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시장에서 마주한 흥미롭고 생생한 이야기를 찾았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기록
<장에 가자>
책의 저자 정영신은 무려 34년간 우리나라 민속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과 글을 기록한 장터 전문 사진작가이자 소설가다. 그가 누빈 오일장 수만 해도 600여 곳에 달하니 시골 장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가장 큰 관심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들풀같이 시골장터를 지키는 상인에게 향한다. 작가는 난장에서 하루 종일 그들의 풍진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것을 즐겼다. <장에 가자>에서는 전국 22개 장터 풍경과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뿐 아니라 장터 인근의 문화유산까지 탐방하여 시장과 문화의 교집합을 찾아내고, 생생한 지역 정보와 특산물까지 알차게 소개했다. 시골 장과 상인들이 하나둘 사라져가는 것이 아쉬워 기록으로 남기려는 작가의 애틋한 감정이 사진과 글에 절절하게 녹아 있다.
지은이 정영신
펴낸 곳 이숲
중고시장에서 찾은 소비와 환경의 의미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핀란드는 재사용이 환경보호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고시장이 대규모로 형성돼 있다. 1990년대 유럽 경제 위기 때 형성된 중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보편적인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더불어 검소한 국민성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 문제와도 맞물리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래서 핀란드에서는 재활용보다 재사용이 가능한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한다. 재활용은 새로운 자원을 다시 투입해야 하지만 재사용은 간단한 수리와 청소를 거치면 상품으로써 재기능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성업 중인 중고시장과 빈티지 상점 그리고 벼룩시장을 통해 우리가 소비와 환경에 있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보여준다.
지은이 박현선
펴낸 곳 헤이북스
전국 오일장에서 찾은 사계절 식재료
<오는 날이 장날입니다>
저자 김진영은 지난 26년간 먹거리를 기획하고 연구한 식재료 전문가다. 그는 허영만의 만화 <식객>의 모티프가 된 인물로, 좋은 식재료를 찾고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 거리만 해도 지구 열다섯 바퀴에 해당하는 60만km에 달한다. 책에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전국 재래장터의 매력과 제철 먹거리를 소개한다. 봄에 잠깐 나오는 여수 오일장의 준치회, 인천 어시장의 소금에 찍어 먹는 홍어, 순천 오일장의 대갱이와 포항 오
일장의 속이 꽉 찬 대게까지, 열정 넘치는 발자취를 따라 전국 재래시장으로 맛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담았다. 맛집 문화로 인해 계절이 지닌 맛의 풍경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아쉽게 생각한다는 저자는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의 참맛을 안다면 여행의 풍미는 더 진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은이 김진영
펴낸 곳 상상출판
제주 시장 노닐기
<별미제주>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주요 촬영지가 제주 재래시장이었다. 그래서 요즘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제주장은 특히 주목받는 장소다. 책 <별미제주>는 제주 전통시장의 맛과 멋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고 유용하다. 책에는 상인과 관광객이 주로 찾는 도심형 매일시장도 찾아볼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이제 몇 곳 남지 않은 제주 오일장을 정성스럽게 다뤘다. 오일장은 그 지역의 특성과 개성 그리고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외지인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닌 토박이들의 오일장이 어찌 보면 진정한 제주장의 속살이라고 할 수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제주 오일장을 비롯해 직거래 장터, 젊은 로컬 푸드까지, 생생한 시장 이야기로 가득한 책에는 아름다운 제주 문화와 사람들의 소박함과 정겨움까지 담겨 있다.
지은이 박현정
펴낸 곳 버튼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