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 와인바
특색을 내세운 음식과 와인 리스트를 구비한 아늑한 와인바가 시장 안에 자리를 잡았다.
과일가게 앞 와인바, 스스무
정육점과 과일가게를 이웃 삼고 있는 와인바 스스무는 이촌종합시장 안에 있다. 찬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에서 마치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4년 전 이촌동에 거주하던 장진우 셰프 부부는 동네에 가볍게 와인 한 잔 마실 곳이 없다는 데 아쉬움을 느껴 가게를 열게 되었다.
매장 내부는 오픈 키친이다. 넓은 바를 셰프와 손님이 함께 쓴다. 바로 눈앞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한쪽 벽면은 각종 와인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제철 메뉴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선별하고 구비해놓는 편이다.
주로 선보이는 음식은 재패니스 프렌치, 이탈리안 프렌치로 분류될 수 있지만 레스토랑처럼 격식을 차려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편하고, 캐주얼하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급의 요리는 언제 방문해도 만족스럽다. 메뉴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기에 2~3주마다 바뀐다. 매장을 방문한 날에는 스스무의 시그너처와도 같은 오리다리 콩피와 대구구이와 조개버터 스튜를 맛볼 수 있었다. 무항생제 오리 다리를 사용해 소금과 허브로 염장한 다음 천천히 오리 기름으로 익혀내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러운 클래식한 프렌치 요리다. 제철 조개의 향긋함이 기분 좋은 버터 스튜와 입에서 사르르 부서지는 대구구이 역시 와인과 잘 어울린다.
시장 안에 생긴 와인바를 가장 반기는 건 동네 사람들이다. 잘 차려입고, 레스토랑에 가야 맛볼 수 있는 요리와 와인을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 같은 와인바를 방문하려면 예약은 필수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75길 10-7
문의 070-8822-0872
섬세한 음식과 와인의 조화, 방방
남산 아래 첫 마을 해방촌에 자리한 신흥시장은 1970년대만 해도 해방촌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마을 시장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마을의 주력 산업이던 니트, 직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외부인의 발길이 끊겼다가 2015년 시작된 서울시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된 후 활기를 띠게 되었다. 시장을 어둡고 칙칙하게 만들었던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없애고, 멀끔한 바닥과 밤에도 환한 아케이드 지붕을 설치하면서 새롭게 태어난 신흥시장에 갤러리, 식당, 카페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요리 경력을 쌓아온 방방의 셰프이자 대표 이기욱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났지만 언젠가 한국에서 자기만의 식당을 차리고 싶었고, 서른 살이 넘어 귀국한 뒤 신흥시장에 방방을 오픈했다. 우연히 해방촌에 왔다가 서울에서 쉽게 보기 힘든 독특한 건물과 구조에 반했기 때문이다. 오픈 키친으로 디자인한 내부는 깔끔하고 세련되며, 매장 밖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 좌석은 이국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져 인기가 많다.
방방은 모던 유러피안 음식을 기반으로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셰프의 내공이 발휘된 음식들이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수비드 방식으로 살짝 익힌 새우 요리와 양고기 메뉴다. 개성 넘치고, 섬세하면서도 산뜻한 맛의 음식은 와인과 곁들이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방방은 다양한 품종과 지역의 40여 종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제 와인 자격증인 WSET의 최고 등급인 레벨 3을 보유한 직원이 주문하는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기에 와인을 잘 몰라도 걱정이 없다. 9월 초에는 2층에 다이닝 룸을 오픈해 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특별한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99-9 내제 1, 2층
문의 010-6720-9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