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만드는 우리 와인, 김영 매니저
와인을 만들고, 소개하며 넓고 깊은 와인의 세계에 매료된 사람들을 만났다.
충북 영동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과일이 자라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이다. 특히 국내 최대 포도 재배지답게 이곳에서 나는 포도는 당도가 높고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영동에만 크고 작은 와이너리 40여 곳이 있고, 저마다 특색 있는 국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영동에 자리한 산막와이너리에서 2대째 와인을 만드는 김영 매니저를 만났다.
“2009년 부모님이 포도밭을 사서 영동으로 귀농하셨어요. 이때 자연스럽게 와인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대학생 시절 그리고 졸업 후 직장인이 되어서도 와인을 접하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귀농한 부모님이 와인 만드는 모습을 보며 김영 매니저는 와인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 길로 프랑스 요리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의 와인 코스를 등록했다. 이곳에서 와인 기본 과정, 소믈리에 전문지식 과정, 프랑스 포도밭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수료했다. “학교를 다니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추억은 와인을 마시고 떠오르는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어요. 교재에 나온 전형적인 맛을 외워서 발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느낀 맛과 향을 시적으로 표현했거든요. 와인 맛이 개개인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 와인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부르고뉴 지방을 비롯해 유명 와인 산지로 견학을 다녔다. 그렇게 와인 주산지에서 공부를 하고 영동에 돌아와 가족만의 비법이 담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와인은 슬로푸드라고 생각해요. 50년이면 50번 수확해 50병의 와인을 만들거든요. 매해 포도 맛이 조금씩 다르고, 노하우도 점점 쌓여가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운영할 때 특히 외국처럼 대를 이어갈수록 와이너리의 지속력도 더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산막와이너리에서는 어느덧 8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레드・화이트 와인을 비롯해 증류주 등 드라이한 맛부터 달달한 맛까지 다양하다. 청수라는 국내 토종 포도 품종으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 라라는 산미와 향이 뛰어나 보유량이 없을 정도로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레드 와인 비원과 비원 퓨어는 ‘대한민국주류대상 한국 와인 부문’, ‘파리 와인컵’,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 등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을 정도로 국내외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와인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지자체에서 와인산업 지원이 이어지는 영동의 와이너리들은 함께 도우며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외국처럼 국내에서도 와이너리를 방문하면 투어를 할 수 있다. 산막와이너리 역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두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봄, 여름에는 파릇파릇한 포도밭을 볼 수 있지만, 가을이나 겨울 역시 운치가 남달라요. 9,917m²(3,000평)에 달하는 포도밭을 둘러보고,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8종의 와인을 각각 어울리는 음식과 맛보는 시간으로 진행해요.” 화몽, 비원 등 산막와이너리에서 출시하는 와인 라벨은 김영 매니저의 어머니가 그린 그림으로 만들었는데,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응접실에서 김영 매니저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함께 와이너리에서 일하는 그의 남편은 노래를 부른다. 향긋한 와인에 예술이 곁들여지니 와이너리를 방문한 손님 누구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간다며 후기를 전한다. 재능 넘치는 가족이 모여 와인을 생산하면서 분명 힘든 점도 있지만 국내외 와인 대회와 박람회 등에서 좋은 반응이 돌아올 때의 뿌듯함은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크다.
“부모님이 귀농하고 처음 만드신 와인이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당시 하던 사업을 그만두고 와인을 공부하러 가는 일이 제 길 같았어요.” 와인을 공부하고, 만드는 일에 과감히 뛰어든 그는 와인을 닮은 옷을 입고 나타나 와인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순간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인터뷰 후 개봉한 그가 만든 와인의 놀랍도록 풍부하고 산뜻한 향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김영 매니저는 와인을 좋아하는 가족과 함께 앞으로는 묵직하고 거친 맛의 프리미엄 와인을 출시하고, 다양한 체험을 동반한 색다른 와이너리 투어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