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위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요가 강사 한석완
위기의 순간, 삶을 바로 세우고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건 다름 아닌 운동이었다. 운동을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을 만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분명히 알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만큼 의미 있는 삶이 또 있을까. 한석완 강사는 우연한 계기로 요가를 만난 뒤,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 의학통계학을 전공한 뒤 임상시험 대행 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요가를 접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의약품 임상시험에서 통계분석을 담당했어요. 시험 자체가 큰 비용이 들다 보니 분석 결과에 대한 부담이 늘 있었죠.” 시험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참여와 노력이 수반된다는 걸 알기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곁에 좋은 동료와 선배가 있었지만,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온전히 한 강사의 몫이었던 것. 게다가 잦은 회식과 음주는 그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운동과는 담을 쌓았던 그였지만, 스스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할 만큼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퇴근길에 우연히 요가원 전단지를 받게 됐어요. 마침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데다 격렬한 운동은 하기 싫더라고요. 요가는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일 거란 생각에 바로 등록했죠.” 요가원을 처음 방문하던 날, 그를 당황하게 했던 건 선생님과 회원 모두 여성들뿐이라는 점이었다. 나름대로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았던 대학과 회사 생활을 경험했던지라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처음의 어색함은 어쩔 수 없었다. 드디어 첫 요가 수업이 시작됐다.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어느새 온몸은 땀에 젖었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만큼 집중한 탓에 처음의 어색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다는 한 강사. “수업 마지막에 ‘사바아사나’라는 휴식 동작을 하거든요. 가만히 누워 있는데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물론 요가 동작이 쉽지는 않았는데,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그게 요가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삶의 한 부분이 된 요가
강렬했던 첫 수업을 마친 후, 퇴근 뒤 요가 수업은 그의 일상 루틴이 되었다. 회사에서 일을 마치면 바로 요가원으로 달려갈 만큼 요가의 매력에 푹 빠진 것. 운동이라곤 해본 적도 없던 그가 이토록 요가에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자기 관리 차원에서 꾸준하게 운동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더라고요. 어느새 요가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죠.” 요가 동작을 하면서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이 좋았고, 할 수 있는 동작이 하나둘 늘어날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다. 동작이 무궁무진한 만큼 끝없이 도전해볼 수 있다는 것도 요가의 매력. 한 강사는 좀 더 전문적인 요가를 배우고 싶어 요가지도자과정에 도전했다. 평일에는 근무 후 저녁에 요가 수련을 하고, 토요일에는 온 하루를 지도자과정 수업에 할애했다. 일과 운동, 공부를 병행하는 게 버거울 법도 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고. “지도자과정에서 만난 동기들과 이야기하고 웃고 서로를 다독이며 보낸 그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요가에 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늘 답답했거든요.” 지도자과정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것도 있다. 요가가 단순히 동작을 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보고, 내가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것. 요가 지도자의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요가 강사가 되겠다고 하니, 가족과 지인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이직과는 차원이 다른 직업을 바꾸는 일인 데다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하니 걱정이 앞섰던 것. 그럴수록 더 단단해져야 했다. 한 강사는 계속해서 요가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고, 결국 부모님의 격려 속에 강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유독 요가에서는 남성 강사가 드문 게 사실이다. 두렵거나 걱정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오히려 남성인 게 더 장점이 됐다는 한 강사. 여성 강사가 대부분이어서 되레 남성 강사가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남성 요가 강사로서 희소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대적으로 더 눈에 띄기 마련이니까요. 오히려 혜택을 받는 부분이 더 많죠. 노력에 비해 쉽게 기회를 얻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하며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겸손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가 강사로서의 삶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인은 일과 여가 시간이 분명히 나뉘지만, 프리랜서의 삶은 그 경계가 모호했기 때문.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지만 상당수 수업이 저녁에 이루어지다 보니 하루가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업이 연이어 있지 않을 땐 중간중간 개인 수련도 해야 했기에 시간 관리는 필수. 그래야 체력을 유지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강사로서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다. 수강생들이 못했던 동작을 해내고 성장해나갈 때, 또 마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뤘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고. “수강생들에게 제가 경험한 것을 나눠주고 싶어요. 듣기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겪어보지 않고 내뱉는 말에는 진심이 없죠. 그래서 더 많은 걸 경험해보고 숙고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걸 이야기해야 제 진심이 듣는 사람에게도 닿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운동의 진짜 매력은 마음의 힘을 기르는 일
우리가 변화를 주저하는 건, 지금의 삶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익숙함은 안정감을 주지만, 때론 더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 강사가 요가를 시작한 건 엄청난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은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요가를 배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돌리라’는 것이었어요.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라는 뜻이죠. 예전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졌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했어요. 곧바로 말로 내뱉는 거죠. 지금은 내가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제 마음을 먼저 들여다봅니다. 요가를 통해 저 자신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한 강사는 운동 역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을 주저하는 이유가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잘 해내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고. “나는 왜 이 동작이 안 되지? 답답해하는 분들이 있어요. 요가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목표를 너무 높게 세우면 오래 지속하기가 어려워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차근차근 하나씩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 모두 단단해진 한석완 강사. 그의 삶이 달라진 건 직업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내 감정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힘을 길렀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가는 인생 계획에 없었다는 그는 그렇기에 거창한 꿈이나 계획을 세우기보단 오늘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보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새로운 길이 열릴 걸 알기에. 새해에는 더 많은 이들이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지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경험을 통한 그의 진심이 모두에게 가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