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구경하는 재미, 맛보는 즐거움, 그릇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만나보는 시간.
유리의 신세계가 열리는
유리섬박물관
무려 43,000㎡(1만3,000평)의 드넓은 공간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 한국의 무라노, 유리섬박물관. 이탈리아 무라노(Murano)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유리공예의 성지다. 유리섬박물관은 한국의 무라노를 꿈꾸며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국내 조형 작가들의 환상적인 작품을 감상하고 유리를 직접 다뤄볼 수 있는 문화 체험 공간이다.
매표소를 지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야외 조각공원이다. 넓은 잔디공원 곳곳에 유리로 만든 다양한 작품이 즐비해 시선을 끈다. 조그마한 동물 모형부터 어른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작품까지 시선이 닿는 곳마다 유리 작품이 영롱한 자태를 뽐낸다. 천천히 산책하며 바다와 유리 예술의 아름다운 조화를 눈과 사진으로 담기에 좋다. 박물관 안은 더욱 다채롭다. 테마 전시장은 ‘자연과 유리’를 주제로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과 캐릭터를 유리로 구현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작품으로 탄생한 유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통해 유리 조형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5,000년 유리 역사를 훑어보며 우리 삶에 늘 함께하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던 유리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유리섬박물관의 가장 큰 이벤트는 유리공예 시연이다. 블로잉(Blowing) 기법으로 유리 조형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블로잉이란 1,200℃가 넘는 고온의 유리를 파이프 끝에 올리고, 반대쪽에서 입으로 불며 모양을 잡아가는 기술이다. 국내 최초의 극장식 시연장에서 하루 세 번 유리공예 작가가 직접 선보이는 데다 공연 형식으로 진행돼 흥미를 더한다. 보는 것을 넘어 직접 체험도 가능하다. 시연에서 봤던 블로잉은 물론 유리봉을 녹여 액세서리를 만드는 램프워킹, 글라스페인팅, 샌딩, 와인병시계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유리섬박물관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유리공예의 신세계를 탐닉해볼 수 있기를.
주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부흥로 254
문의 032-885-6262
일상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
요소갤러리
국내 공예가의 아름다운 도자기를 고객에게 선보이는 요소갤러리. ‘내 삶을 빛내는 요소를 소개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브랜드명처럼 작가와 소비자를 이어주며 일상 속 예술 작품으로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요소갤러리는 감각적이면서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 눈길을 끈다. 일상에서 사용하기 쉽도록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디자인이 예뻐도 가격이 높으면 접근성이 떨어지고, 사용이 까다롭다면 일상에서 자주 쓸 수 없기에 디자인과 가격, 실용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리빙 관련 전시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이천, 여주 등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을 찾거나 SNS 검색을 통해 끊임없이 작가와 작품을 발굴한다.
요소갤러리의 모든 제품은 저마다의 개성과 아름다움 뽐낸다. 고객의 취향이 다양한 만큼 많은 제품이 골고루 사랑받지만, 그중에서도 김석빈도자기, 무자기, 솔솔푸른솔을 베스트셀러로 꼽는다. 백자에 그림을 그린 것 같은 무늬가 입체감을 더한 김석빈도자기는 혼수로 인기다. 심보근 작가의 무자기는 다양한 꽃 모양을 그릇에 담아내 식탁을 더욱 다채롭게 해준다. 김민정 작가의 솔솔푸른솔 제품은 최근 인기인 무광의 고백자(점이 있는 백자)로 단아한 그릇을 선호하는 고객은 물론 셰프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심사영 작가의 화이트 메모리즈 그릇과 강유단 작가의 블랙 그릇은 연말연시 모임이나 파티에 제격이다. 오브제 같은 그릇이 상차림을 더욱 돋보이게 해 특별함을 더해준다.
요소갤러리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많은 작가의 그릇을 한데 모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양한 그릇을 직접 눈으로 보고 비교할 수 있고, B급 상품이나 샘플, 단종 제품을 할인가에 만나는 득템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매장 방문이 어렵다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제품 구매가 가능하다. 요소갤러리를 통해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일상에서 즐기며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동산로 73 SUN빌딩 2층
문의 02-575-4050
맛과 멋, 여유와 쉼이 있는
이진상회
이천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약 1만6,500㎡(5,000평) 부지에 카페, 베이커리, 레스토랑, 인테리어 소품숍, 도자기 상품점이 함께 있는 ‘이진상회’다. 한곳에서 식사와 디저트, 커피, 쇼핑, 산책까지 할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이진상회는 1960년 세워졌다. 당시 이진상회 대표의 여덟 자녀가 ‘이진’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아 각자 다양한 사업을 운영해왔고, 현재 이진상회의 이수진 대표는 1991년 ‘이진도예’를 창업했다. 평소 좋아하던 도자기와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판매하다 2016년 지금의 복합문화공간 이진상회를 재탄생시켰다. 로고에 ‘1960’이라는 연도가 새겨진 이유다.
이진상회는 베이커리 맛집으로도 통한다. 곡물빵, 크로케, 치아바타. 크루아상, 버거 등 각종 빵과 케이크, 쿠키까지 종류가 어마어마해 뭘 골라야 할지 누구나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이천의 특색을 살린 디저트도 눈에 띈다. 미니 가마솥 도자기에 담긴 크림치즈 케이크 ‘이천쌀 된장찌개’, 미니 백자 도자기에 담긴 카스텔라 ‘순쌀 밥한공기’는 다 먹고 난 뒤 용기를 가져갈 수 있어 인기다. 직접 로스팅해 신선한 커피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자연주의 맛집 ‘강민주의 들밥’과 전통 인도 음식점 ‘인도하우스’는 시간을 잘 맞춰 가야 오래 기다리지 않고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
이진상회 옆에 자리한 ‘더이진’은 이천 지역의 다양한 도자기 상품을 판매한다. 각종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앤티크한 장신구와 목공예 가구, 정원용품까지 다양하다. 워낙 넓고 종류가 다양해 소품이나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는 게 좋다.
건물 밖은 더욱 다채롭다. 건물 뒤편에 위치한 정원은 각종 공예품과 빈티지 소품으로 장식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책로를 따라 여유롭게 걷다 보면 마치 유럽의 정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곳곳에 숨은 포토 스폿을 찾는 재미도 쏠쏠.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648
문의 0507-1497-8882
두드림의 미학, 기다림의 예술
대구방짜유기박물관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식기를 달리 사용했다. 여름에는 깨끗하고 시원해 보이는 사기그릇을, 지금처럼 추운 겨울엔 음식의 보온을 위해 유기그릇을 사용했다. 유기란 놋쇠로 만든 그릇이나 악기를 뜻한다. 제작 방식에 따라 일정한 틀에 놋쇳물을 부어 만드는 주물 유기, 구리와 주석을 78:22의 비율로 섞은 합금을 두드려 만드는 방짜 유기로 나뉜다. 수십 번의 열처리와 수만 번의 두들기기를 통해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방짜 유기가 더 아름답고 비싼 건 당연한 일. 방짜 유기 제작 기술은 우리나라 수공예 중 가장 오래된 예술이자 보존해야 할 전통 문화유산이다.
방짜유기박물관은 방짜 유기를 테마로 한 전국 유일의 전문 박물관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 방짜 유기를 전승·보존하고 그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세워졌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 이봉주 선생이 평생 제작하고 수집한 작품 1,489점도 이곳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특대징’도 이봉주 선생의 작품이다. ‘대징’이란 불교에서 법당에 걸어놓고 의식을 시작할 때 치는 징이다. 이곳 특대징은 지름 161cm, 무게 98kg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으며, 크기만큼 소리의 울림이 매우 맑고 웅장하다.
안내를 따라 전시실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방짜 유기의 세계가 펼쳐진다. 유기의 역사와 종류, 제작 과정, 방짜 유기의 다양한 쓰임새와 효능까지 이해하기 쉽게 전시되어 있다. 재현실에서는 1930년대 유기 공방을 만날 수 있다. 이봉주 선생의 고향이자 유기 제작으로 명성이 높았던 평안북도 정주군 납청마을이 배경이다. 유기를 만드는 전 과정과 유기 판매 모습까지 실물 크기의 인물 모형으로 제작해 생동감이 넘친다. 야외 공연장에선 방짜 유기로 만든 징을 직접 쳐볼 수 있고, 제기차기, 윷놀이, 투호던지기 등 다양한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시기별로 기획 전시, 역사 문화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니 방문 전 미리 체크해볼 것. 방짜유기박물관에서는 수만 번의 두드림 끝에 태어난 황금빛 방짜 유기를 보며 우리 선조의 지혜와 예술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주소 대구시 동구 도장길 29
문의 053-606-6171
찬란하게 꽃피운 백자 문화
양구백자박물관
“백자엔 양구 백토만 한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양구에서 나는 백토는 오래전부터 질 좋기로 유명하다. 1932년 금강산 월출봉에서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구’가 발견되면서 양구가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새로운 나라를 꿈꾸던 태조 이성계와 주요 인사들의 바람을 담은 백자 사발이 양구 백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시대부터 양구는 도자기 생산지로 주목받았다. 더불어 조선시대에는 경기 광주 분원에 백토 원료를 공급했던, 조선백자의 중심지기도 하다. 양구의 백자 제작 역사를 보존하고 조선 왕실 백자의 주원료인 양구 백토 연구를 위해 지난 2006년, 양구백자박물관이 개관했다.
양구 시내에서 차로 3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양구백자박물관.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푸른 산을 병풍 삼아 호젓하게 자리한 근사한 건물이 눈에 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단정한 건물에서부터 단아하고 소소한 백자의 매력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4,298㎡(130평) 규모의 전시실에선 양구 백토에 대한 설명과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양구 백자 그리고 오늘날의 독창적인 백자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시기별로 조금씩 다른 백자의 차이점과 각각의 매력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 특히 도자역사문화실은 햇빛에 따라 변하는 백자의 질감을 볼 수 있도록 조성해 2022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자연광이 환히 들어오는 공간의 유물은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며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보통 수장고는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지만, 이곳에선 누구나 수장고 관람이 가능하다. 마치 비밀의 공간을 들여다보듯 살며시 발을 들이면,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수많은 백자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유리 장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체험장에선 누구나 도자기를 만들어볼 수 있어 백자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백자를 접하고 매력을 느끼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해준다.
주소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평화로 5182
문의 033-671-3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