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떠나는 여행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 아웃도어 라이프의 세계.
몸으로 부딪치며 느끼는 자연
몇 년 전부터 국내 여행은 대부분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 전문가는 아니기에 텐트나 릴랙스 의자 같은 장비 하나 없지만, 요즘은 워낙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몸만 가도 충분히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직접 장을 본 식재료로 바비큐를 즐기고, 모닥불 피워놓고 밤새도록 불멍에 빠졌다. 불이 좀 잦아지면 포일로 꽁꽁 싼 고구마 몇 개 던져놓고, 막간을 이용해 마시멜로도 구워서 맛본다. 어둠이 짙어지면 밤하늘은 별들의 차지다. 이때부턴 불멍이 아니라 별멍 타임이다. 이 멋진 광경을 남기고 싶어 연신 사진을 찍어보지만, 직접 눈으로 봤을 때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한다. 꼭 캠핑장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생기면 산이나 바다를 부러 찾는 편이다. 여름의 바다는 청량하고 겨울 바다는 낭만이 넘쳐 언제 찾아도 기분이 좋다.
최근에는 등산에 관심이 생겨 주말을 이용해 산을 찾는다. 등린이(등산+어린이)에겐 동네 뒷산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힘들지만, 숨을 고르며 천천히 내딛는 발걸음에 집중하다 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어느새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몸은 고되고, 때론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오로지 걷고, 뛰고, 움직이는 것 외에는 신경 쓸 게 하나 없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어느덧 완연한 봄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전국의 둘레길은 트레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강변에는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 라이딩이 한창인 요즘. 볼거리, 즐길거리 풍성한 아웃도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는 왜 아웃도어에 열광하는가
캠핑이 취미인 사람들에게 캠핑의 매력을 물으면 하나같이 캠핑의 꽃은 ‘불멍’이라고 이야기한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편하게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고, 위로받는 느낌이라고.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견뎌내며 산 정상에 올랐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단함은 온데간데없다. 장거리 하이킹을 다녀온 뒤에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자신감 뿜뿜. 최근 부쩍 인기가 높아진 백패킹은 먹는 것, 자는 것 모두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야생에서도 거뜬히 생존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하물며 최소한의 장비로 야생에서 살아가는 부시크래프트를 경험한 뒤 세상 무서울 게 없다는 말이 과언은 아닌 듯하다.
캠핑, 등산, 트레킹, 하이킹, 라이딩, 낚시 등 세상에는 즐겁고 모험 가득한 아웃도어 라이프가 무궁무진하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일상이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에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엄청난 부와 명예가 따르는 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힘들고 고생스럽다는 걸 알면서도 이처럼 아웃도어 활동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가진 다양한 특성 중 ‘아웃도어 본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아웃도어 활동은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진 조상들의 생존 경험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 이를테면 멀리 걷고 오래 달리며 더 넓은 땅으로 옮겨 가기 위해 낯선 곳에서 잠을 자는 일, 또 추위를 견디고 음식을 익혀 먹기 위해 모닥불을 피웠던 일. 더불어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이겨냈을 때의 성취감까지 닮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생존 DNA가 아웃도어 본능을 부추겨 자꾸만 걷고 뛰고 움직이게 만드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어디론가 떠날 계획을 세우며 근사한 아웃도어 라이프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아웃도어 라이프
바야흐로 캠핑 인구 700만 명 시대다. 주말 고속도로에서 캠핑카를 보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서울 근교 야영지는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고, 그나마도 예약하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할 정도다. 유튜브에는 캠핑카를 타고 전국의 캠핑 스폿을 소개하는 캠퍼도 여럿이다. 등산은 젊은 세대에게 더욱 주목받는 취미가 됐다. 덕분에 등산에 대한 이미지도 보다 젊고 힙하게 변화하는 중. SNS에는 근사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보다 정상석 앞에서 완등을 기념하는 인증 사진이 더욱 인기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섬이나 오지를 찾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백패킹은 최근에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바깥에서 잠을 자는 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처럼 벌칙과 같은 일로 여겼는데, 오늘날에는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그동안 억눌렸던 야외 활동에 대한 욕구, 여기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며 그야말로 아웃도어 라이프의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미국 생물학박사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은 인간에게는 자연을 그리워하고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본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우리말로 ‘녹색 갈증’이라고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연을 좋아하고, 그 속에서 살고 싶은 갈증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연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항상 자연을 동경하고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우리의 아웃도어 라이프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