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특별한 골목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광주 양림역사문화마을
양림동은 최근 광주에서 가장 핫한 동네 중 한 곳이다. SNS에서 잘 알려진 카페와 인생샷 명소가 여럿이기 때문. 양림역사문화마을은 100여 년 전 광주 최초로 서양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곳으로 마을 곳곳에 역사적 문화유산이 남아 있어 지난 시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 민속자료 1호로 지정된 이장우 가옥은 전형적인 상류층 가옥의 형태를 잘 보존한 곳이다. 마당의 소담한 연못, 수령 100년이 넘은 은행나무와 윤기 나는 기와지붕의 조화가 아름답다.
골목마다 개성을 자랑하는 카페도 많다. ‘10년후 그라운드’는 1975년 개원해 50여 년간 운영한 은성유치원을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양림동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그림이 걸려 있어 갤러리 카페 같은 카페1890, 광주 여행 기념품과 지역 전통주를 구매할 수 있는 여라상점 등이 입점했다.
알록달록한 벽화와 펭귄 그림을 발견했다면 펭귄마을 입구라는 뜻이다. 2013년 한 집이 화재로 전소되어 공터가 되자 현재 마을의 촌장을 맡은 김동균 씨가 집터에 텃밭을 가꾸고, 담장에 폐생활용품을 붙여 꾸미기 시작했고 이내 주민들도 동참했다. 그렇게 담장과 골목에 색다른 분위기의 장식이 추가되면서 이색적인 마을이 탄생했다. 낮은 한옥으로 이뤄진 펭귄마을공예거리는 금속, 도자기, 가죽 공방 등이 있어 언제든 공예 체험도 가능하다.
펭귄마을에서 출발해 낮은 언덕을 오르면 양림역사문화마을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우일선 선교사 사택이 나온다. 베이지색 벽돌 건물과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나무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1920년대에 지은 이 건물은 미국인 선교사 윌슨, 한국 이름으로는 우일선이 살았던 집으로 광주에 현존하는 서양식 주택 중 가장 오래되어 한국 근대건축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가는 길에 있는 이이남스튜디오도 추천한다. 광주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업실 겸 카페로 건물 내외부, 옥상까지 인상적인 미디어 아트와 조각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주소 광주시 남구 서서평길 7
추억 속으로,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1944년 일제강점기 때 신문을 만들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페이퍼 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2.5km의 철로가 만들어졌다. 철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197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됐다. 그러다 2008년 폐역이 된 이후 기차가 다니지 않는 고요한 마을이 영화나 드라마,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얻었고 지금의 철길마을이 되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골목이 곧 철도다. 녹슨 기찻길과 과거에 지어져 지금도 남아 있는 건물의 거리가 1m도 채 되지 않을 만큼 가까운데 실제로 기차가 다닐 때는 시속 10km로 천천히 운행했다고 한다. 이제는 관광지가 된 철길을 따라 양옆으로 크고 작은 노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사 먹었던 불량식품이나 요요와 콩알탄, 다마고찌 같은 장난감도 반갑다. 하나하나 기억 속에 잊혀졌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이다. 직접 달고나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 복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도 있다. 친구, 부모님과 함께 옛 교복을 맞춰 입고 철길에 서서 색다른 추억을 남겨보자. 경암동 철길마을은 규모가 크지 않아
금방 둘러본다. 멀지 않은 월명동도 함께 찾아가볼 것을 추천한다. 월명동에 자리한 말랭이마을은 6·25전쟁 무렵 피란민들이 비탈길에 판잣집을 짓고 산 곳으로, 산비탈이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인 ‘말랭이’에서 이름을 따왔다. 2014년부터 젊은 예술가를 위한 작업실과 전시관 등이 조성되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동네다. 가파른 계단과 골목 사이 형형색색의 벽화가 눈에 띈다. 담벼락에 커다란 항아리와 막걸리 벽화가 그려진 양조장에서는 직접 막걸리를 만드는 체험이 가능하다. 추억 사진관이라는 곳은 건물 내부를 마치 옛 마을처럼 꾸몄다. 쌀집, 사진관, 이발소나 양장점 등 시간이 멈춘 옛 동네를 거니는 기분이 든다.
말랭이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등장한 초원사진관이 있다. 여전히 군산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대표 명소. 많은 이가 사진을 찍는 입구 옆에는 영화에 나왔던 차량이 주차되어 있고, 내부에도 영화 스틸컷과 소품이 남아 있다.
주소 전북 군산시 경촌4길 14
고래와 함께한
울산 장생포고래문화마을
지금은 생소하지만 1970년대 말 고래잡이가 성업을 이루던 시기가 있었다. 울산의 장생포는 고래잡이를 주업으로 삼아 20여 척의 포경선과 인구 1만여 명이 사는 큰 마을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상업포경이 금지되면서 주민 대부분이 이주하고 현재는 3,000명 정도 살고 있다. 마을의 역사를 간직하고 알리기 위해 2015년 고래문화마을이 조성됐다. 1960~70년대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장생포고래문화마을, 고래조각공원, 고래박물관 등 고래만을 위한, 고래에 의한 도시다.
고래문화마을은 테마파크 또는 영화 세트장 같다. 건물과 골목길은 물론 동네 서점과 구멍가게 내부도 그 시절 물건으로 꾸며 옛 정취를 잘 표현했다. 하다못해 전봇대에 붙은 우량아선발대회 포스터마저 실감난다. 고래막집이라는 식당 건물에서는 실제로 간단한 간식거리도 먹을 수 있으니 잠깐 쉬어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20여 채에 달하는 건물이 모여 있어 규모가 꽤 크다.
고래조각정원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실물 크기 고래를 형상화한 모형을 두어 다양한 고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대왕고래, 귀신고래, 밍크고래 등 생소하게 느껴지는 고래의 크기와 무늬, 고래 배 속 체험까지 가능해 더욱 특별하다.
모노레일을 타는 것도 좋다. 고래박물관을 출발해 고래조각공원, 고래마을을 지나가는 25분짜리 코스다. 장생포 앞바다와 울산대교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장생포 구석구석을 둘러보기에 제격이다. 올해 4월부터 장생포항에서 550톤급 흰색 크루즈선을 타고 고래를 보러 항해하는 ‘고래바다여행선’ 운항을 시작했다. 매일 1편, 주말에는 2편을 운항하는데 강동 및 화암추 등 울산 앞바다를 3시간 동안 다니며 고래를 찾는 여정이다. 실제로 고래를 발견할 확률은 20%밖에 안 되지만 여름철에 수온이 높아지면 발견율도 올라간다. 고래마을과 고래박물관, 실제 바다의 고래를 만나는 항해까지 고래 도시를 여행하는 완벽한 코스다.
주소 울산시 남구 장생포고래로 244
문의 052-226-0980(장생포고래문화마을)
알록달록 벽화와 푸른 바다,
통영 동피랑벽화마을
‘동쪽 벼랑’이라는 뜻의 동피랑은 통영의 동호동, 중앙동 일대의 언덕 마을이다. 구불구불한 오르막으로 이뤄진 골목마다 알록달록한 벽화로 가득하고, 마을 너머로 통영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동피랑벽화마을은 조선시대에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포루(동쪽에 설치된 포를 쏘는 누각)가 있던 자리다. 통영시는 낙후된 마을을 철거하고 동포루 복원과 동시에 일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민 단체와 주민들이 마을을 보존하자는 의미를 담아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벽화마을은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통영의 대표 명소가 되었다.
입구부터 화려한 벽화로 눈길을 사로잡는 덕분에 동피랑벽화마을로 가는 길은 수월하다. 높은 콘크리트 담장에 꽃이 피고, 물고기가 헤엄친다. 건물 옥상이나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카페가 있고, 골목 사이에는 기념품 숍이나 즉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가게도 있으니 꼼꼼하게 둘러보자.
마음에 드는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재치 넘치는 그림에 감탄하며 좁은 골목길을 오르면 탁 트인 공터에 자리한 동포루에 도착한다. 동포루 너머 소담한 항구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해외 여행지 부럽지 않다. 특히 이곳은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일몰 명소로도 유명하다.
동피랑벽화마을과 멀지 않은 곳에 서피랑마을이 있다. 동피랑보다 규모는 작지만 인생샷 포토존으로 유명한 99계단, 계단을 밟으며 올라가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 계단 등이 있다. 또 서피랑은 통영을 대표하는 작가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마을 곳곳에 그의 작품 속 문장과 시가 적혀 있어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주소 경남 통영시 동피랑1길 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