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
개성 넘치는 골목 곳곳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
갈등 속에서 피어난 유년의 기억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는 배우로 시작해서 감독에 이르기까지 일가를 이룬 영화인이다. 1960년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셰익스피어 문학의 탁월한 영화 해설자로 명성을 얻었다. 이 영화는 그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벨파스트 골목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작품으로 제7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한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종교 갈등으로 인한 잔혹한 내전으로 벨파스트는 화약 냄새가 끊이지 않았고, 이웃 간의 불신으로 민심은 흉흉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소년 버디(주드 힐 분)는 천진난만한 시선을 잃지 않고 마을 골목골목을 누비며 유년 시절의 추억을 만든다. 벨파스트 사람들은 맑은 날이면 골목으로 쏟아져 나와 춤과 영화를 즐기곤 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영국과의 독립 갈등과 민족 간의 종교분쟁은 서로 간의 균열을 만들었고, 9살 버디의 낙천적인 세계는 불안 속으로 빠져들고 가족은 결국 이민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아이의 순수함과 한 가족의 지혜로 따스하게 풀어나간 영화 <벨파스트>는 명장 케네스 브래너가 자신의 유년에 보낸 아련한 헌사나 다름없다.
Belfast(2022, 미국)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주드 힐, 카트리나 밸프, 주디 덴치, 제이미 도넌, 시아란 힌즈 외
장르 드라마
조커가 탄생한 이유 <조커>
<조커>는 히어로물은 아니지만 한 남자의 시선과 행위에 담긴 선과 악의 대립이 흥미로운 영화다. 고담시에 거주하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은 코미디언을 꿈꾸며 어렵게 먹고사는 광대다. 그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지만 정작 그의 삶은 비극이어서 늘 무시당하고 폭력의 대상이자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다. 영화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소심한 광대가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빌런 조커로 변하는 과정 속에 가정과 사회가 어떤 부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를 담담하게 조명한다. 특히 하루하루 골목 계단을 힘들게 오르던 유약하고 병든 광대가 광기로 가득 찬 조커로 변신해 신나게 춤추며 계단을 내려오는 골목 신은 사회적 약자가 희대의 빌런으로 변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무기력하고 불안정한 광대가 강력한 빌런으로 변하는 섬뜩한 이 장면은 악당으로 자신의 존재를 굳히는 조커의 탄생을 알린 명장면이다. 실제 뉴욕 브롱크스에 위치한 이 골목의 계단은 조커의 정체성이 마치 계단처럼 층층이 드러나는 상징적인 존재로, 현재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Joker(2019, 미국)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호아킨 피닉스 외
장르 스릴러
퀸즈 골목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샤퍼>
뉴욕은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부유해 보이지만 다른 시선으로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이 세운 거대한 건물이 만들어낸 길고 어두운 골목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애플 TV+ 오리지널 영화 <샤퍼>는 뉴욕 퀸즈의 음습한 골목을 배경으로 서로 속고 속이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다룬다. 총 다섯 챕터로 구성된 스토리는 노련한 사기꾼 맥스(세바스찬 스탠 분)와 매들린(줄리안 무어 분), 톰(저스티스 스미스 분)과 산드라(브리아나 미들턴 분)의 이야기로 축약할 수 있다.
뉴욕이란 용광로에서 오직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두뇌 싸움이 뉴욕이 빚어낸 어둡고 깊은 골목과 연결되며 끝을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관계는 결국 헛된 욕망으로 무너지고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눈을 뗄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Sharper(2023, 미국)
감독 벤자민 캐런
출연 줄리안 무어, 세바스찬 스탠, 저스티스 스미스, 브리아나 미들턴 외
장르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