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사는 비결
노화는 자연스러운 순리임에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아픈 데가 생겨 울적해지기도 한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편안하게 맞이할 방법은 무엇일까? 하루하루를 보다 젊게 사는 비결을 찾아보자.
‘오래오래’ 그저 생명만 연장하며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건강하고 즐겁게 그리고 존중받으며 잘 사는 것,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다. 노화를 막을 순 없지만, 최대한 미루고 행복하게 잘 살다가 존엄을 지키며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웰에이징(Well-aging)을 통한 성공 노화(Successful Aging)가 최근 노화의 기본 명제다. 나이가 들면 신체 구성비가 바뀐다. 70세가 되면 20대에 비해 수분, 근육량, 무기질은 감소하고 지방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지방 분포도 마찬가지다.
피하지방은 줄고 복부 내장지방이 늘어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질환도 늘게 되는데 개인의 건강 상태나 체질에 따라 노화가 빨리 진행되거나 혹은 늦출 수는 있지만 하나도 없이 피해 가기란 쉽지 않다. 또 어느 순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완치된다는 기대도 할 수 없고, 늦추고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 목표가 된다.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보내기 위해선 ‘노쇠’를 막아야 한다.
노화와 노쇠의 차이
“나이 먹으니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나이 들면서 누구나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어르신 중 유독 쉽게 피곤해하고 기력이 없는 분들이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60대 같은 80대도 있고, 80대 같은 60대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올까? 이것이 바로 노화와 노쇠의 차이다. 노화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 신체 능력이 과거 젊은 시절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시절에 비해 눈이 침침해지고 반응 속도가 느려지며 근력도 예전만 못한 것이 노화다. 노화가 과거에 비해서 기력이 떨어지는 정도에 그친다면, 노쇠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여러 신체기관의 기능이 떨어지고 적응 능력이 약화되면서 열악한 건강상태에 이르는 것이 바로 노쇠다.
노쇠의 증상 및 노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노쇠가 진행되고 있지만 뚜렷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신 식욕 저하나 기력 저하처럼 모호한 증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잘 관찰해보면 노쇠한 노인은 보행 속도가 느려지고, 팔다리의 근육이 말라 있으며 식사량이나 활동력이 뚜렷하게 떨어지는 소견을 보인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노쇠는 근육량 감소와 연관되어 있으며, 실제 임상에서도 주로 체중 감소, 근력 저하, 피로감, 보행 속도 감소, 신체 활동량 저하 등이 주요 증상이며, 노쇠의 판정 기준이 된다.
노쇠는 기능 저하를 동반하기 때문에 가족의 부양 부담이 증가하며 요양시설 입소나 입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보행 장애로 인한 낙상,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져 폐렴이나 요로감염 등의 질환에도 쉽게 노출된다.
근육량을 감소시키는 상황이 노쇠의 주요 원인
근력 혹은 근육량 감소가 대부분의 노쇠증후군에서 관찰되고 가장 중심적인 요인이다. 심부전, 빈혈,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같이 심폐기능을 제한하는 질환과 당뇨, 말초혈관질환, 다발성근육통, 파킨슨병 등 근육 기능을 저하시키는 질환, 갑상선기능저하증 및 항진증, 부신기능저하증 등의 내분비질환, 활동 능력을 제한하는 통증, 음식 섭취 감소에 따른 체중 감소, 퇴행성관절염 같은 만성통증, 그리고 수행 기능의 감소를 동반하는 우울증 및 인지능력 저하 등이 모두 노쇠증후군의 발생 요인이다.
또 연령이 많은 경우 약물도 매우 중요한 노쇠 원인이 된다. 물론 꼭 필요한 약은 복용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약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졸음이나 진정, 기립성저혈압 등과 같은 부작용이 활동을 제한하고 노쇠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부작용이 관찰된다면 꼭 의료진과의 상담이 필요하다.
노쇠를 예방하는 식단
우선 흔히 말하는 ‘장수식단’이란 것이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비단 우리나라 사람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보니 지중해식뿐만 아니라 저나트륨의 대시식(DASH,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등 다양한 식단과 레시피가 가정의 식탁에 오르내린다.
최근 국내 한 연구진은 한식이 체중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다이어트와 노년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쌀밥 중심으로 탄수화물의 비율이 높은 식단이 단백질과 지방 등 영양 함량이 높은 식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염증 수치가 더 낮게 나온 결과가 보고된 바 있어 한식 식단의 건강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식이 건강식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한식의 기본 구성에 있다. 밥, 국(탕·찌개 등의 국물 요리)과 함께 다양하게 차리는 반찬이 영양의 균형을 맞추고 김치, 나물, 쌈 등 채소 요리가 많은 것도 건강 요소로 꼽힌다. 또 튀기거나 볶는 대신 들기름이나 참기름에 무치고 삶는 조리법, 고기나 육류가 주메뉴가 아닌 반찬에 포함돼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섭취가 적다는 점 등도 긍정 요소다. 여기에 김치를 비롯해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발효 음식이 소화를 돕고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된장이나 간장을 주로 사용하는 한식 조리법은 나트륨 수치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 여기에 지중해식이나 대시식의 장점인 통곡물 섭취, 몸에 유익한 성분의 기름 사용, 저염 레시피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한식은 물에 만 밥에 김치 한 조각 올려 먹는 밥상이 아닌, 다양한 반찬을 고루 차린 정성스러운 밥상임을 기억해야 한다.
근육을 지키는 운동으로 젊어지자
젊을 때 하는 운동은 건강은 물론 근육을 재배치해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높다. 하지만 노년의 운동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이른바 ‘생존 근육’을 만드는 과정이다. 뼈나 관절을 감싸 외부의 충격에서 보호하고 심혈관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유실되고 근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운동의 강도보다는 횟수다. 근육을 수축·이완하는 스트레칭,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기, 운동밴드나 1㎏ 정도의 무게로 버티고 들기 등을 12~20회 정도 하면서 점차 횟수를 늘린다. 중량을 늘리거나 강도를 높이고 반복 횟수를 줄이면 노인에게는 특별한 이점 없이 부상 위험만 증가한다. 순간의 강도보다 횟수를 늘려 차곡차곡 쌓기를 권한다.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트레칭에 대한 근육의 저항이 가장 적어지는 운동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치 감각이 손상된 노인이 아닌 대부분의 노인에게는 유연성과 근력운동이 균형 운동보다 낙상 예방 효과가 더 크다. 이러한 운동 역시 특정 질환자의 경우 전문의, 물리치료사,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아 운동량이나 시간, 운동하는 법 등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에는 야외 운동을 자제하고 모자를 쓰거나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을 권한다.
“50세 이후의 운명은 스스로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노화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인정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안정적인 일상과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본인에게 맞는 체중조절 등을 유지한다면 삶의 질이 높은 노년을 맞을 수 있다. 건강은 단순히 육체적인 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쇠 그리고 노년 건강 모두 신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 운동은 물론 문화생활, 봉사활동, 반려동물과의 교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운동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병으로 인해, 혹은 기력이 쇠한다는 느낌 때문에 집 안에만 있으려는 마음을 접고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움직이고 활동할 때 젊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