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가을 노래
높고 푸르른 하늘 아래 오색으로 물든 풍경이 설렘을 주는 계절이다. 우리가 사랑한 계절의 감성이 물씬한 플레이리스트.
잔나비의 ‘가을밤에 든 생각’
잔나비는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맞은 록 밴드다. 지역 내 스쿨 밴드로 활동하던 두 멤버가 모여 2014년부터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비틀스를 모델로 한 잔나비의 음악은 청춘을 대변하는 메시지와 매력적인 사운드로 대중성을 겸비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향해 전진하는 놀라운 음악적 성과를 보여주었다. 밴드보다 솔로 가수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임에도 보컬 최정훈과 기타 김도형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 잔나비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밴드가 지닌 개성과 감성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껴진다.
‘가을밤에 든 생각’은 2020년 11월에 발표한 <잔나비 소곡집 I>의 타이틀곡으로 음원 발매와 동시에 국내 주요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연인과 이별하여 몸은 멀어졌지만 추억만은 아름답게 간직하겠다는 가사가 깊어가는 가을의 낭만을 촉촉이 적셔주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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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이의 ‘나는 반딧불’
매년 가을이면 무주에서 열리는 반딧불이 축제에 전국 각지의 인파가 모인다. 반딧불이는 ‘가을밤의 현자’라고 불리는데, 빛을 반짝이며 무리 지어 다니면서 가을밤을 밝힌다. 생활 밀착형 노래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중식이 밴드는 2014년 한국 인디뮤직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한 실력파 인디 밴드로 힘겨운 30~40대의 정서를 누구보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한다. ‘나는 반딧불’은 2020년 발표한 싱글로 작게만 느껴지는 자신과 세상을 향한 외침을 서정적인 멜로디에 담았다.
스스로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고 살았지만 결국 작은 개똥벌레라는 것을 알고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란 걸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라는 노랫말엔 성장과 성찰의 감성이 물씬하다. 어린 시절 꿈이 깨지거나 사라진 이에게 따스한 위안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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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현의 ‘광화문에서’
2006년에 데뷔한 슈퍼주니어의 메인 보컬인 규현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라더이자 솔로 아티스트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규현의 순수한 미성과 매끄러운 발성은 발라드란 장르에 규현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었다. ‘광화문에서’는 떠나간 여인을 그리워하며 같이 거닐었던 광화문을 회상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아낸 절절한 가사와 세련된 감성의 멜로디가 어우러진 노래다.
‘누구보다 더 사랑스럽던 네가 왜 내게서 떠나갔는지’ 아직도 이유를 모르는 남자는 가을이 오면 오지 않는 그녀를 기다리며 광화문 길을 다시 한번 뒤돌아본다. 그녀가 서 있을까 봐. 떠나고 나면 아쉬움이 아닌 것이 없고 그리움이 아닌 것이 없음을 드러낸 감성 충만한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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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의 ‘To. X’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아이돌 음악을 전 세대로 확장하고 전 세계에 알린 소녀시대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 태연. 그녀는 깊고 풍부한 감성과 화려한 스킬을 지닌 섬세한 보이스로 최고의 가창력을 소유한 보컬로 손꼽힌다. 2023년 발표한 미니 5집 타이틀곡 ‘To. X’는 감각적인 멜로디에 헤어지는 감정을 담담하고 쿨하게 표현한 노래로 태연의 솔로 복귀를 화려하게 알렸다. 사랑을 기만당한 여인이 각성하고 나로 채우는 과정을 건조한 듯 냉소적인 음색으로 표현한다.
전체적인 마이너 코드에 중독성 있는 기타 리듬이 반복돼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는 태연이 추구해온 네오소울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음계를 부유하는 몽환적인 보컬과 감미로운 멜로디가 가을 낭만을 더 깊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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