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에서 마주한 삶의 향기
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흥겨움도 있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도 있다. 장터에서 마주한 사연의 노래들.
태진아와 강남의 ‘전통시장’
과거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응원과 소비로 유지되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전 연령층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태진아는 1980년대 처량한 단조 트로트의 흐름을 깨고 흥겹게 생동하는 템포의 ‘옥경이’, ‘노란 손수건’, ‘미안 미안해’를 히트시키며 1990년대 트로트의 변화를 이끌었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생기 있는 태진아표 음악은 뉴트로트라고 할 수 있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전통시장’은 전국에 있는 주요 전통시장 리스트를 가사에 넣어 시장을 홍보하고 서민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흥겨운 댄스 트로트다. 태진아와 강남은 노래의 의미를 살려 전국 재래시장을 차례로 방문하여 즉석에서 공연하는 등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써 많은 상인의 호응을 얻었다. 중독성 있는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에 공익성까지 갖춘 트로트로 신구세대 콜라보 듀엣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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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만의 ‘장돌뱅이’
장을 따라 터벅터벅 떠도는 장돌뱅이의 쓸쓸한 심정을 숨이 막힐 듯 서정적인 운치로 그려낸 1980년대 포크의 진수다. 싱어송라이터 이종만이 1988년에 발표한 앨범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수록곡으로 타이틀곡과 함께 포크 마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종만은 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순수 포크음악을 추구하는 노래 동아리 ‘참새를 태운 잠수함’의 멤버였다. 강인원, 남궁옥분, 전인권, 정태춘, 명혜원, 한영애 등 노래로 인정받은 뮤지션들과 같이 활동하며 포크와 민요의 접점을 만들어갔다.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장돌뱅이의 처량하면서도 고단한 인생과 사랑이 가사에 애절하게 녹아 있다. 작사는 이종만의 절친 최종욱의 유작으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감명을 받아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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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의 ‘시골장’
노래하는 광대라 자칭하는 장사익이 데뷔한 지 어느덧 30여 년이 되었다. 마흔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한 이후 억센 듯 편안한 그의 목소리는 가장 한국의 소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목이 아닌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그의 노래는 산전수전 겪은 촌부의 여유와 낭만이 녹아 있어 듣는 이에게 위안과 운치를 전한다. 최근 전국 곳곳에 생긴 대형마트로 인해 시골 장의 활기는 예전보다 못하지만 장이 지닌 사람 냄새는 여전히 분분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장사익의 ‘시골장’은 잔잔한 통기타에 실려 해금이 안개를 걷듯이 애절하게 문을 열고 서정적인 중모리장단의 소리북에 얹혀진 장사익의 진솔한 목소리가 가슴을 파고든다. 시골 장에서 오고 갈 수 있는 구수한 입담이 장사익의 목소리에 실려 당장이라도 시골 장에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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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야금야금의 ‘없는 게 없네’
2020년 인디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싱어송라이터 누들과 숙명 가야금연주단 출신의 강지현이 퓨전 국악밴드 ‘노래가 야금야금’을 결성한다. 둘은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로 음악적 공감대가 있어 포크와 국악의 신선한 조합을 시도하게 되었다. 멤버 누들과 강지현은 서울에서 성장했지만 경북 문경에 뿌리를 내리고 전국을 순회공연하는 로컬 다이버다. ‘없는 게 없네’는 대전 중앙시장의 인심과 풍경을 담백한 누들의 목소리와 상큼한 가야금 연주에 맞춰 만든 지역 밀착형 음악이다.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쉽고 편안하며 단순하지만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지역을 음악으로 이어주는 노래가 야금야금의 음악적 시도는 지금도 야금야금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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