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와인
그냥 마셔도 좋지만,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 이야기.
전 세계 영화인이 사랑한
무똥까데
매년 5월이 되면 전 세계 영화인들의 눈과 귀는 프랑스로 향한다. 바로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칸영화제가 열리기 때문. 1946년 시작된 칸영화제는 국제영화제 중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에게는 2019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이어 올해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영화 <브로커>의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더 의미 있는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에 흥을 돋울 와인이 빠지면 섭섭할 터. 벌써 30년이 넘도록 칸영화제 공식 와인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무똥까데’는 그야말로 영화계 터줏대감이다. 1992년부터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어온 무똥까데는 프랑스 와인 명가 바롱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사가 1930년대 초 출시한 와인이다. 무똥까데의 ‘까데’는 막내라는 의미인데, 말하자면 무똥 와인의 막내 격인 셈.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샤토 무똥 로칠드’는 해마다 세계적 아티스트에게 레이블 디자인을 주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피카소, 샤갈, 앤디 워홀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가 참여했으며 2013년에는 이우환 작가가 선정되어 화제가 됐다. 무똥의 맏형은 미술을, 막내는 영화를 사랑하는 와인으로 명성이 높을 수밖에.
무똥까데는 150개국에서 연간 1,700만 병이 판매되는 명실상부 프랑스 대표 와인이다. 바롱 필립 드 로칠드사의 다른 와인들이 고가인 것에 비해 무똥까데는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데일리 와인으로 제격이다. 영화제의 레드 카펫만큼 영롱한 붉은빛을 뽐내는 칸의 와인, 무똥까데. 매년 칸영화제 수상작과 수상자를 기다리는 설렘에 무똥까데 한잔 곁들인다면 더욱 즐겁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와인에 담긴 명화
클림트 키스 뀌베브뤼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트리아가 낳은 최고의 화가인 클림트는 신화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금박을 붙여 화려하게 장식한 작품을 많이 남겨 ‘황금빛 색채 화가’로도 불린다. 최근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시가 진행 중이어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꽃이 흩뿌려진 작은 초원 위에 황금빛 오라에 둘러싸여 있는 두 연인의 모습이 인상적인 ‘키스’는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 중 하나다. 클림트의 대표작이자 20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키스’가 와인으로 재탄생했다. 바로 ‘클림트 키스 뀌베브뤼’ 레이블을 통해서다.
클림트 키스 뀌베브뤼는 2012년, 구스타프 클림트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와인이다. 오스트리아의 최고 와이너리로 손꼽히는 슐룸베르거(Schlumberger)에서 만들었으며, 국내에는 2018년 처음 선보였다. 최고의 화가 클림트와 오스트리아 최대 규모의 와이너리 슐룸베르거의 만남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클림트 키스 뀌베브뤼. 특히 와이너리 창업자인 로버트 슐룸베르거가 독일인임에도 불구하고 비엔나 여인과 사랑에 빠져 오스트리아에 정착했다는 사랑 이야기와 클림트의 아름다운 작품이 묘하게 어울리며 와인의 시각적·감정적 풍미를 한껏 끌어올린 느낌이다.
클림트 키스 뀌베브뤼는 잘 익은 사과의 아로마와 신선한 산도, 섬세하고 우아한 버블의 느낌이 잘 어우러진 스파클링 와인이다. 와인 한 병이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패키지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더불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부드러운 맛으로 연말연시 파티 혹은 선물용으로도 제격. 올해 클림트 탄생 160주년을 기념해 소용량(200ml)으로도 출시됐으니 식사 자리에서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다.
18홀 65타 행운의 골프 와인
1865 셀렉티드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애호가라면 익히 알고 있는 1865 셀렉티드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대표적인 칠레 와인으로 한 번쯤은 꼭 경험하는 와인이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데, 세계적인 와인 리서치 기관 ‘Wine Intelligence’의 발표(2021. 4)에 따르면 국내 브랜드 인지도 및 소비자 친밀도, 구매빈도 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스테디셀러 와인이기 때문이다. 약 80여 개국에서 판매 중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릴 만큼 ‘국민 와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1865 셀렉티드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이 이토록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와인 이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1865’라는 숫자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이름의 맨 앞에 위치한 ‘1865’라는 숫자는 생산 와이너리인 ‘산 페드로(San Pedro)’의 설립 연도를 뜻한다. 해외에서는 도둑이 설립 연도인 1865를 생산 연도로 착각해 매우 고가의 올드빈티지 와인인 줄 알고 훔치다 잡힌 일화가 회자되곤 한다.
1865 셀렉티드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이 골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도 숫자와 관련이 있다. ‘18홀을 65타에 쳐라!’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 실제 골퍼들 사이에서 18홀을 65타에 친다는 건 꿈의 스코어로 꼽힐 만큼 매우 어렵다. 1865 셀렉티드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이 경기 선전을 기원하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골퍼들의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설이나 추석에는 ‘골프백’ 모양의 케이스에 담긴 특별한 패키지가 한정 판매되며, 그 인기 또한 높다.
1865년 설립된 산 페드로는 15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칠레 대표 와이너리다. 오랜 전통 기법과 최신식 양조 기술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산 페드로의 와인은 높은 품질과 맛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 역시 짙은 흙내음이 풍부한 검붉은 과실 향이 매력적인 와인으로 전 연령층에게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