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립공원
광활한 대지와 신비로운 숲, 다양한 야생동물의 터전. 태초의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세계의 국립공원을 찾아서.
에메랄드빛 요정의 정원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국립공원
지중해를 품은 도시, 붉은색 지붕이 매력적인 크로아티아. 오랜 역사와 문화,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져 매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은 크로아티아를 방문해야 할 이유로 가장 먼저 꼽히는 곳이다. 이곳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자연경관은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는데, 영화 <아바타>의 배경지로 알려지며 더욱 주목받았다.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이 세상에 알려진 건 약 400여 년 전이다. 발견 당시 워낙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악마의 정원’이라 불렸다고. 오랜 세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덕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천혜의 풍경을 자랑한다.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은 대표적인 카르스트지형으로 석회암과 백악 위로 흐른 물이 석회 침전물을 쌓아 형성됐다. 깊은 골짜기를 따라 자리한 16개의 호수는 9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이어진다. 저마다 신비로운 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호수와 계단식 지형을 따라 하얗게 부서지는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이곳을 둘러싼 원시림도 일품이다. 너도밤나무, 전나무, 삼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푸른 생명력을 자랑한다. 플리트비체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불곰, 늑대, 오소리 등 50여 종의 포유동물과 120종이 넘는 조류, 300여 종의 나비 등 수많은 희귀 동식물이 터를 잡고 살아간다.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트레킹이다. 호수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2~3시간 걸리는 A코스부터 6~8시간 소요되는 K코스까지 총 11개의 코스가 마련돼 있고 유람선이나 파노라마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을 구석구석 보려면 무려 3일이 소요된다고 하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는 게 좋다. 한 걸음 뗄 때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풍경 덕에 지루할 틈이 없다.
대자연의 선물
캐나다 밴프국립공원
로키산맥 동쪽 비탈면에 위치한 밴프국립공원은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아름다운 호수와 눈부신 빙하, 푸른 숲이 절경을 이뤄 캐나다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밴프국립공원의 규모는 6,600㎡로 지리산국립공원의 14배에 이른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꼭 한 번 둘러봐야 할 명소도 여럿이다.
밴프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루이스 호수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다. 에메랄드빛 호수도 아름답지만, 호수를 캔버스 삼아 설산과 나무, 구름이 물 위에 비친 풍경은 감동 그 자체다. 호수 뒤편에는 영국 여왕의 이름에서 따온 빅토리아 빙하가 장엄하게 자리하고 하늘 높이 솟은 전나무 숲이 에워싸고 있어 그림엽서를 보는 듯한 느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곡 ‘Lake Louise’가 이곳 풍경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는 건 유명한 일화다.
밴프국립공원은 레포츠의 천국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놀기 좋은 곳이 밴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등산, 하이킹, 트레킹, 캠핑, 카누, 스키는 물론 꽁꽁 언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거나 개썰매 체험도 가능하다. 특히 절경 속을 걷는 트레킹이 인기가 높다. 공원 내 트레킹 코스는 무려 1,800km. 깎아지른 계곡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재미가 있는 존스턴 캐니언 트레일과 루이스 호수를 따라 걷는 레이크 아그네스 트레일을 추천한다. 밴프국립공원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설퍼(Sulphur)산에서의 곤돌라 탑승과 온천도 빼놓지 말아야 할 즐거움. 사계절 내내 즐길거리가 다양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 풍경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으니 신들의 놀이터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품에 안겨 누리는 행복, 밴프국립공원에 가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빙하와 온대 우림이 만든 비경
뉴질랜드 피오르랜드국립공원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나라로 정평이 나 있는 뉴질랜드. 국토의 3분의 1이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국민 모두가 자발적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오늘날 청정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태초의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신비로운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뉴질랜드 남섬 남서쪽에 위치한 피오르랜드국립공원은 날것 그대로의 자연이 숨 쉬는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피오르랜드국립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빙하 침식으로 형성된 피오르(Fiord) 지형이다. 수만 년에 걸쳐 빙하가 녹으며 만들어진 협곡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우뚝 솟은 봉우리, 계단식 폭포가 특징이다. 인간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신비가 담겨 있어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다. 이곳 공원에 있는 피오르만 총 14개. 그중 밀퍼드 사운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오르로 꼽힌다. 1만2,000년 전 빙하에 의해 형성된 거대한 절벽과 울창한 원시림,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데, 영화 <반지의 제왕>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피오르랜드국립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습한 지역 중 하나다. 연간 6,000mm가 넘는 강우량으로 온대 우림이 형성되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너도밤나무와 포도카프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세계에서 유일한 고산대 앵무새 키아(Kea)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습한 기후 덕에 곳곳이 이끼와 양치식물로 덮여 있어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 공원에는 총 500km에 달하는 하이킹 코스가 있는데 그중 밀퍼드 트랙이 대표적이다. 50km가 넘는 거리를 4일에 걸쳐 여행하듯 걷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킹 코스다. 장엄한 피오르와 높이 솟은 산봉우리, 반짝이는 호수와 고요한 숲까지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로 안내한다.
생태계의 보고
코스타리카 토르투게로국립공원
울창한 원시림과 때 묻지 않은 자연, 다양한 야생동물과 아름다운 바다를 품은, 생태관광의 낙원으로 불리는 코스타리카. 국토의 절반이 원시림인 데다, 태초의 자연을 간직한 덕에 나무늘보, 라쿤, 재규어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며 세계 최고의 생물다양성을 자랑한다. 코스타리카는 국토의 25%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대표적인 환경보호국이다. 국토 면적은 전 세계의 0.1%에 불과하지만, 자연보호구역 비중은 세계 1위인 셈. 덕분에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과 다채로운 생태계를 품을 수 있게 됐다.
캐리비안 동쪽에서 코로넬 화산 언덕까지 이어진 토르투게로국립공원은 코스타리카의 보석 같은 곳이다. 열대 우림부터 맹그로브, 늪지대 등 11개의 생태 서식지가 어우러져 희귀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불린다. 300종의 조류와 양서류 60여 종, 100여 종이 넘는 파충류가 서식하는데, 특히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녹색 바다거북의 부화장으로도 유명하다. ‘거북이들의 땅’이라는 토르투게로의 의미처럼 다양한 바다거북이 번식을 위해 매년 이곳을 찾는다. 해마다 7월부터 10월이면 해변가를 중심으로 수많은 거북이가 알을 낳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토르투게로국립공원은 곳곳에 강과 개울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어 작은 배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따라서 공원을 둘러보기에는 보트 투어가 제격. 열대 우림을 관통하는 수로를 따라 악어, 자이언트 이구아나, 도마뱀, 콘도르 등 다양한 동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 ‘제2의 아마존’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울창한 열대 우림 속에 깃든 생명의 에너지를 마주하는 일, 토르투게로국립공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