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가 넘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럽인이 가장 살아보고 싶어 하는 도시 1위, 유럽 최고의 관광도시 런던, 파리와 비교해도 음식, 건축, 날씨, 쇼핑 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매력적인 도시가 바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다.
햇살 가득한 도시의 풍경
연중 온화한 지중해의 햇살 덕분인지 바르셀로나 곳곳에는 늘 활기가 넘친다. 가로수마다 커다란 오렌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상점과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은 미소로 관광객을 마주한다. 광장이나 해변에서는 음악이 끊이지 않고, 거리의 건물과 타일은 생동감 넘치는 도시의 분위기를 닮아 개성을 뽐낸다.
람블라스 거리는 바르셀로나에 왔다면 한번쯤은 지나치게 될 도시의 중심이다. 쭉 뻗은 넓은 길 양쪽으로 식당과 카페, 각종 기념품 숍이 늘어서 있다. 산책하듯 천천히 둘러보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보케리아 시장이 나타난다. 입구의 과일가게 가판대를 알록달록한 과일이 가득 채우고 있다.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자란 과일은 과즙이 풍부하고 달콤하기로 유명하다. 여러 종류의 과일이 한 입 크기로 담겨 있는 과일컵을 하나 골라 맛보며 본격적으로 시장을 둘러봤다. 스페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햄 하몬과 초리조, 싱싱한 생선과 새우를 파는 가게는 물론 간단한 요리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바까지 옷이나 기념품 가게보다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운 식재료를 팔고, 맛볼 수 있는 상점이 훨씬 많다.
그동안 TV와 인터넷으로만 보던 유명한 관광지도 좋지만 현지인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도 쉬운 방법은 시장을 방문하는 일이다. 보케리아 시장이 관광객을 위한 곳이라면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원주민이 찾는, 바르셀로나 최초의 실내 시장이다. 150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딘 시장은 1997년부터 진행한 8년간의 공사 끝에 화려한 물결무늬 지붕 아래 말끔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쾌적하고 넓은 시장을 누비며 현지에서만 나는 채소와 해산물을 구매해 숙소에서 요리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 외에도 매월 첫째 주 주말에만 열리는 야외 플리마켓 팔로알토 마켓, 빈티지에 관심이 많다면 엔칸츠 벼룩시장도 추천한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쌀로 만든 요리 파에야를 먹고, 즉석에서 튀겨낸 스페인 대표 간식 추로스를 챙겨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향했다. 바다를 마주한 도시답게 번화한 도심에서 해변이 그리 멀지 않다. 가을에 접어든 9월이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해가 뜨거워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꽤 많다. 돗자리를 펴고 달콤한 추로스를 먹으며 잠시 여행자가 아닌 이곳에 살고 있는 현지인의 여유와 기분을 만끽했다. 바닷가를 따라 해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바람을 쐬며 거닐기에도 제격이다.
해가 지면 에스파냐 광장의 분수 쇼를 보러 가야 한다. 매일 밤 9시~9시 반이면 시작하는 몬주익 마법의 분수 쇼는 1929년 만국박람회 때 처음 시작됐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분수를 보기 위해 해마다 250만 명이 다녀갈 정도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재개됐다. 분수 쇼가 시작되기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분수대와 광장을 가득 메운다. 명당은 계단 위 카탈루냐 미술관 바로 앞이다. 이곳에서는 규모가 큰 분수 쇼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란한 불빛과 살아 있는 것처럼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물줄기의 조화는 세계 3대 분수 쇼의 명성을 짐작케 한다.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
바르셀로나의 샹젤리제 거리라 불리는 그라시아 거리는 각종 명품 브랜드의 숍과 고급 호텔, 그리고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남긴 건축 작품이 즐비하다. 건물마다 건축가의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 있어 마치 야외 박물관처럼 여겨진다. 무심코 지나칠 수밖에 없는 가로등과 벤치도 가우디의 손길을 거쳤다고 하니 눈에 담기는 모든 것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바르셀로나에 왔다면 ‘가우디 투어’가 필수다. 도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 친절한 가이드의 설명을 듣다 보면 아름다운 도시가 더 신비롭고 흥미진진해진다. 그라시아 거리의 카사 밀라에서 투어가 시작됐다. 네모반듯한 빌딩에 익숙했던 관광객에게 모서리 하나 없이 물결치는 곡선으로 이뤄진 카사 밀라는 우주에서 날아온 비행선처럼 낯설다. 공사 당시에는 주변에서 쌓아둔 돌무더기 같다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물이다. 감각적인 분위기의 중정, 십자가와 장미꽃을 형상화한 굴뚝으로 조각 공원처럼 꾸민 옥상도 흥미롭다. 카사 바트요는 그라시아 거리에서 가장 빛나는 건물이다. 푸른빛의 작은 타일과 유리 조각으로 장식한 외관은 모네의 그림을 보는 듯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아치와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천장, 보기만 해도 시원한 파란색 타일로 장식한 내부를 둘러보다 보면 바닷속을 헤엄치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라시아 거리와 떨어져 있지만 가우디 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구엘 공원은 동화 속 나라에 들어온 것처럼 형형색색의 모자이크로 장식된 건물과 자연이 어우러진다. 난간, 벤치 어느 것 하나 가우디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가우디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가이드와 함께 그라시아 거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나오면서 가이드는 뒤를 돌아보지 말고 몇 발자국만 걸어보라고 조언한다. 다섯 걸음을 걷고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성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웅장한 크기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외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19세기 후반 공사를 시작해 올해 착공 140주년을 맞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여전히 완성되고 있는 중이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은 참 안타깝다. 12사도를 상징하는 건물 외벽의 탑과 섬세한 손길로 빚어낸 건물에 붙은 조각 하나하나에는 만든 이의 정성과 의미가 담겨 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자 천장에서 햇빛이 쏟아지고, 흰색 대리석 기둥들은 나무 숲을 떠올리게 만든다. 실제로 가우디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색색의 빛이 바닥을 비추고, 고개를 잔뜩 젖혀도 천장은 까마득하다. 수세기 동안 지어지고 있는 건축물에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입맛에 맞는 먹거리, 어디든 걷기에 좋은 날씨,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 바르셀로나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우아한 곡선으로 이뤄진 건물과 알록달록한 길거리의 타일, 싱싱한 채소와 과일로 가득한 시장 등지에서도 생의 의지와 활력이 넘쳐 흐르니 누구든 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