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과 함께하는 연말
성큼 다가온 연말, 다채로운 공연과 문화 활동으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 무엇을 선택해도 행복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니.
전 세계 연말 풍경
1년 중 가장 가슴 설레는 계절은 단연 겨울이 아닐까.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는 매섭지만 흥겨운 연말 분위기에 마음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거리를 수놓고, 곳곳에선 캐럴이 울려 퍼진다. 구세군 자선냄비도 매년 겨울에 만나는 익숙한 풍경.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나를 격려하고 이웃을 위해 마음을 나누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의 연말 풍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는 11월부터 최대 2월까지를 크리스마스 시즌 또는 홀리데이 시즌이라 부른다. 이 기간 전 세계 곳곳은 각종 축제와 행사가 열려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함으로 가득하다. 미국 뉴욕은 언제 찾아도 즐겁지만 겨울 시즌에 방문한다면 그 매력은 배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리로 꼽히는 록펠러센터 크리스마스트리는 약 5만 개의 LED 조명이 더해져 뉴욕의 밤을 환하게 밝혀준다.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열리는 홀리데이 마켓에서 쇼핑하거나, 곳곳의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재미도 겨울 낭만을 더해준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만끽할 수 있다. 지구 남반구에 위치해 겨울 기온이 우리나라의 초여름과 비슷하기 때문. 본다이비치에 가면 산타클로스가 뜨거운 햇살 아래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호주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집을 꾸미는 ‘라이트 하우스’ 풍습이 있다. 덕분에 작은 마을, 좁은 골목에서도 화려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눈 내리는 겨울 대신 해수욕장과 워터파크에서 보내는 연말이야말로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않을까.
보고 즐길거리 가득한 한 해의 끝
연말연시의 꽃은 다채로운 공연이다. 뮤지컬, 연극, 클래식 연주회,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각종 공연이 연말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뮤지컬은 그야말로 쟁쟁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비롯해 전국 투어 중인 <킹키부츠>,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 <명성황후>와 작곡가 이영훈의 삶과 음악을 다룬 <광화문 연가> 등 기대작이 수두룩. 매년 연말 시즌에만 선보이는 공연도 놓칠 수 없다.
<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마법 같은 이야기와 화려한 무대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대표 발레 공연이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등 국내 내로라하는 발레단에서 모두 공연을 올리는데, 각기 다른 매력이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잔잔한 매력이 돋보이는 클래식 공연도 관객을 기다리는 중.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정명훈&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주옥같은 영화음악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만나는 <러브레터&냉정과 열정 사이 시네마 콘서트>와 더불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거듭난 조성진과 임윤찬도 연말 공연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화가 반 고흐의 회고전에선 고흐의 작품을 원화로 만나는 호사를 누릴 수 있고, 윌리&아만다 부부의 사진전을 보면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짧지만 예술로 채운 시간은 평범한 일상에 활력을 주고, 연말을 더욱 특별하게 빛내줄 것이 분명하다.
연말을 대하는 자세
연말은 송년회를 비롯해 각종 모임이 잦은 시기다. 가까운 지인 또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연말을 핑계 삼아 미뤘던 만남의 시간도 가져본다. 먹고 마시기만 하는 송년회는 옛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집에서 하는 홈 파티가 늘었는데,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보내는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저녁 대신 점심에 하는 송년회, 식사 대신 영화를 보거나 실내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등 연말 회식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형태와 방식은 달라도, 연말을 준비하는 마음은 매한가지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함께 고생한 이들과 서로를 위로하고, 소중한 사람과 한 해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 그리하여 다가올 새해를 온몸으로 기쁘게 맞이하고, 힘차게 살아갈 용기를 내어본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를 다독이고 격려하는 일이 먼저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