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달리다
전국 방방곡곡 차를 타고 아름다운 길을 따라 여름을 여행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길,
영광 백수해안도로
‘국내 드라이브 코스 추천’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가장 자주 언급되는 곳이 바로 영광 백수해안도로다.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며 달리는 해안도로는 어디든 멋지지만 백수해안도로는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전남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의 원불교 영산성지에서 구수리, 대신리를 거쳐 백암리 석구미마을까지 이어진 코스는 16.8km에 달한다. 드넓은 서해 갯벌, 수려한 기암괴석, 눈부신 석양이 기다리고 있어 달리다 멈춰 풍광을 즐기고, 다시 여행을 떠나기에 제격이다.
주요 볼거리가 있는 곳마다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해안노을길은 더 가까이에서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휠체어, 유모차도 이용할 수 있는 평탄한 길이라 누구나 편하게 이용 가능하다. 시작점인 8주차장, 칠산정 아래 365계단 근처, 영광노을전시관을 따라 난 길을 추천한다.
특히 백수해안도로는 석양이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영광노을전시관은 저녁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노을전시관으로 노을을 주제로 테마별로 전시관을 구성해 보는 재미가 있고, 전망대도 마련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 낙조는 새삼스레 자연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한다. 점점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에 붉게 타오르는 해가 서서히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저물녘 풍경은 해안도로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바다로 쭉 뻗어 있는 스카이워크, 노을이 되어서도 어머니 곁을 맴도는 아들의 효심을 담아 만들었다는 노을종, 고운 모래사장 너머 보이는 영광대교가 멋진 모래미해수욕장 등 해안선을 따라 가며 볼거리가 다양하다.
주소 전남 영광군 백수읍 원불교 영산성지~백수읍 백암리 석구미마을
문의 061-350-5600(영광노을전시관)
녹음 속으로,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보기만 해도 눈이 편안해지는 풍경을 원한다면 역시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가야 한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길은 1972년 조성을 시작한 우리나라 대표 가로수길이다. 학동사거리에서 금월교를 잇는 2.1km 산책로에는 키가 20m가 넘는 나무 480여 그루가 늘어서 있다.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면서 메타세쿼이아길을 중심으로 주변에 여러 관광 시설이 들어섰다.
과거에는 차가 다니던 길이었지만 차량을 통제하고 오롯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랜드 안에 있는 산책길은 단연 담양 여행의 필수 코스다. 양옆으로 빽빽하게 줄지어 선 나무들 덕분에 하늘을 올려다봐도,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푸른 녹음만 눈에 들어온다. 평화로운 길의 진면목을 체험하려면 부지런을 떨어 이른 아침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신비로움을 더하는 안개와 가로수 사이로 스미는 햇살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드는 데 한몫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적으니 나만의 정원처럼 호젓하게 걷기에도 그만이다. 메타세쿼이아랜드에는 어린이프로방스, 메타장승공원, 담양곤충박물관 등도 들어서 그저 푸르른 나무를 바라고 왔을 뿐인데 덤을 얻은 것처럼 즐거운 여행 코스가 이어진다.
차로 달릴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길도 소개한다. 지도나 내비게이션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검색하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메타세쿼이아랜드가 나온다. 국도로 가야 차로 녹음이 우거진 도로를 달릴 수 있다. 담양 카페 중 최근 인기가 좋은 ‘밀밀담양점’을 목적지로 하고 운전하면 양쪽으로 가로수가 줄지어 선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할 수 있다.
담양에 왔으니 죽녹원도 빼놓을 수 없다. ‘2021~2022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죽녹원은 16만 m²에 달하는 울창한 대숲이다. 한여름에 방문해도 대나무 숲에 들어서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할 정도다. 실제로 대나무가 뿜어내는 산소와 음이온 덕분에 바깥보다 4~7°c 정도 기온이 낮다. 대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는 ASMR을 틀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2.4km의 길을 걸으며 산책로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 들르고, 죽림폭포, 한국대나무박물관, 이이남아트센터까지 둘러보고 나면 알차고 평화로운 휴가가 완성된다.
주소 전남 담양군 담양읍 메타세쿼이아로 12
문의 061-380-3149
언제나 좋은 제주,
사계해안도로
제주는 어느 계절에 찾아도 좋지만 청량한 바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바로 지금, 여름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 단연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제주를 여행한 적이 있다면 누구든 빠른 길 대신 바다 가까이에서 달리고 싶어 해안도로를 찾아갔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터. 그중 산과 섬, 바다가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사계해안도로를 추천한다. 사계해안도로는 서귀포 안덕면 사계리와 대정읍 상모리를 잇는다. 우뚝 솟은 산방산에서 시작해 섯알오름과 송악산으로 연결되는 곳곳에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많다.
산방산은 높이 395m, 종 모양의 산으로 남서쪽에는 산방굴이라는 자연 석굴이 있다. 작은 굴에서 부처를 모시고 있는 산방굴사와 보문사 적멸보궁이 산방사 입구에 자리한다. 봄이면 유채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산방산 앞은 용머리 해안이다. 수천만 년 동안 쌓이고 쌓인 사암층 중 하나로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해안 절벽은 장관을 이룬다. 언덕 모양이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닮아서 이름 붙여진 용머리해안은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길이 통제되기 때문에 관람 당일 통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용머리해안을 지나면 사계해변이 나온다. 한적하고 조용한 해변으로 이곳에서는 산방산과 한라산, 용머리해안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사계포구는 강태공들 사이에서 감성돔 낚시터로 이름이 자자하다. 어선을 빌려 형제섬으로 출조하기도 하고, 포구 근처에서 낚시하는 이도 자주 눈에 띈다. 올레길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사계해안을 지나치는 올레길 10코스를 추천한다. 20개가 넘는 올레길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으로 산방산, 송악산과 사계해변까지 다채로운 제주의 모습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형제해안로 80(사계해변)
문의 064-740-6000(제주관광정보센터)
구불구불 그림 같은 도로의 매력,
함양 지안재
함양 지안재는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된 길이다. S자 모양의 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져 TV 광고에도 자주 등장했다. 함양에서 지리산 백무동 방향으로 넘어가는 1023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데, 워낙 경사가 급한 산길이라 일직선으로 도로를 뚫기보다 안전을 위해 완만한 도로를 만들다 보니 구불구불한 고개가 생겨났다.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온몸이 흔들리는 역동적인 드라이브 코스는 자칫 멀미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국내 도로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게임 속 같은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길을 오르면 전망대와 포토존에서 가파른 S라인 길을 내려다보며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지안재에서 4km 정도 떨어진 오도재는 지리산 구역으로 넘어가는 관문이다. 예부터 남해와 하동의 물산들이 벽소령과 장터목을 거쳐 타 지방으로 운송되던 육상 교역로였다. 가까운 곳에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숲 함양 상림이 있다.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 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이 여름철마다 위천이 범람해 홍수가 나는 것을 보고 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고 알려져 있다. 본래는 지금보다 더 크고 길쭉한 형태였지만 중간 부분이 파괴되어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다가 지금은 상림만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120여 종의 낙엽활엽수가 1.6km의 둑을 따라 조성되어 있으며 공원 곳곳에는 사랑나무 연리목, 연꽃, 백일홍 등 다양한 꽃과 식물이 자란다. 여름이면 상림 연꽃단지에는 연꽃 150종, 수련 100종이 핀다. 커다란 연잎 사이로 피어난 연꽃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꽃단지 너머에는 백일 동안 피는 백일홍이 여름철 뜨거운 태양 아래 화려한 색을 뽐낸다.
주소 경남 함양군 함양읍 구룡리 산 1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