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재료의 향연
<해피 해피 레스토랑>

와타루(오오이즈미 요 분)는 가족과 함께 수제 치즈를 만들며 이웃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동네 시장에 나타난 유명한 셰프가 와타루의 농장에서 생산한 우유와 홋카이도의 농수산물을 극찬하고 그들의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준다. 요리의 생명이 최고의 재료에 있음을 깨달은 와타루와 친구들은 직접 수확한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선보일 레스토랑 개업을 준비한다. 이 영화는 서서히 익어가는 포도주처럼 은은하고 느긋하며 조급함이 없다.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홋카이도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그곳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이다. 와타루의 아내가 진심을 담아 만들어내는 피자와 토스트부터 지역 농수산물로 만든 셰프의 만찬 그리고 해산물 바비큐 파티까지 군침이 돌게 하는 영화다.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홋카이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힐링을 전해준다. 이 영화는 맛있는 빵으로 행복을 전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해피 해피 브레드>, 와인 양조장을 운영하는 형제의 인생 희로애락을 그린 <해피 해피 와이너리>에 이은 행복을 주는 영화 시리즈로 잔잔하지만 단단하게 삶의 감미로움을 그려낸다.

Restaurant from the Sky(2020, 일본)
감독 후카가와 요시히로
출연 오오이즈미 요 외
장르 가족 드라마

한국인의 강인한 생명력을 닮은
<미나리>

1983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제이콥(스티브 연 분)은 마침내 미국 중남부 아칸소 땅을 구입하고 이사한다. 그러나 도시에서 외떨어진 곳의 삶은 위태했고 심장병이 있는 아들로 인해 아내와의 갈등도 심해진다.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 있는 할머니 순자(윤여정 분)를 초청하고 할머니는 한국에서 미나리 씨앗을 챙겨 떠난다. 순자는 농지가 아닌 으슥한 습지에 미나리 씨를 뿌리고 가꾸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영어 한마디 못하는 외할머니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 않지만 순자는 진심으로 손자들을 돌본다. 그러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순자가 혼자 남은 집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어느 순간 불씨가 날아가 제이콥의 꿈이 담긴 저장고가 전소된다. 절망에 빠진 순자는 죄책감으로 가족의 곁을 떠나려 하지만 할머니의 진심을 아는 아이들이 그녀를 붙잡으며 다시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다.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은 의대 진학의 꿈을 키우다 영화를 통해 여러 사람을 치유하겠다는 신념으로 수년간 여러 편의 저예산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마침내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휩쓴 인물이다. 영화는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를 모티프로 미국에 정착한 정이삭 감독과 가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그려낸 자전적인 스토리로 가족의 끈끈한 사랑과 희망을 들려준다.

Minari(2021, 미국)
감독 정이삭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조 외  
장르 드라마

인간과 자연의 소통
<땅에 쓰는 시>

정다운 감독은 인간과 공간을 이해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가 한국 조경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정영선 조경가와 6년을 함께하며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정영선 조경가는 반세기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숲과 조경을 탄생시켰다. 생기발랄한 꽃과 나무로 숲길을 조성해 의료진에겐 쉼터를 제공하고 환자에게 생명에 대한 의지를 고양시켰으며, 폐철로였던 경춘선을 숲길로 재창조해 빠르게 달렸던 기차의 공간을 느린 사색의 정원으로 바꿔놓았다. 여의도 샛강을 메워 주차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김수영 시인의 ‘풀’이란 시를 낭독하여 생태공원인 여의도 샛강공원으로 만든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이다. 정영선은 인간과 자연, 자연과 자연의 연결사라고 자칭하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담은 조경 철학을 실천한다. 영화는 조경이 단순히 나무와 꽃을 아름답게 심는 작업을 넘어서 땅과 인간을 융화시키고 보존과 조화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정영선만의 신념을 조명한다.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에 아이들이 놀며 흙에 씨를 뿌리는 장면을 통해 인간과 공존하는 아름다운 자연을 미래에 전해주고픈 조경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진다.

Poetry on Land(2024, 대한민국)
감독 정다운  
출연 정영선 외  
장르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