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냄새 가득한 거리
맛있는 냄새 따라 떠나는 여행, 음식특화거리를 찾아서.
부산 하면 어묵, 어묵 하면 부산
부산 어묵특화거리
떡볶이의 단짝 친구이자 쫄깃한 식감과 짭짤한 맛이 일품인 어묵. 어디에서든 어묵 국물 냄새라도 나면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뜨끈한 국물도 일품이지만 볶음, 조림 등 반찬으로도 좋고 튀김과 꼬치 등 출출할 때 간식으로도 제격이다.
어묵 하면 가장 먼저 부산이 떠오르는 이유. 우리나라 최대 어묵 생산지인 동시에 전국에서 어묵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부산이 고향인 사람의 피에는 ‘어묵 국물’이 흐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부산에서 어묵은 김치에 버금갈 만큼 특별하다.
전국 어디에서나 부산 어묵을 살 수 있지만, 현지에서 직접 만든 어묵을 맛보는 특별한 경험을 위해 일명 ‘어묵 로드’를 찾는 이들이 많다. 부산역 어묵 베이커리에서 어묵 역사관 그리고 부평깡통시장으로 이어지는 어묵 로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부평깡통시장의 어묵특화거리다.
부평깡통시장은 부산 어묵이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어묵 쇼핑’을 하려는 이들로 거리는 늘 인산인해. 삼진어묵, 환공어묵, 고래사어묵, 미도어묵 등 부산 어묵을 대표하는 크고 작은 가게 20여 곳이 모여 있다. 매장마다 쇼케이스에 수북이 쌓여 있는 어묵은 재료와 모양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다. 매운맛을 찾는 이들을 위한 땡초어묵을 비롯해 깻잎, 우엉, 버섯, 게맛살, 오징어 등 종류만도 300여 개에 달한다. 가게마다 어묵 시식이 가능해 맛을 비교하며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를 만큼 모두 맛있다는 게 함정. 어떤 어묵이든 한입 크게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부산을 느낄 수 있다.
주소 부산시 중구 중구로 120
문의 051-600-4000
가마솥에 튀겨 더욱 고소한
수원 통닭거리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지난 2019년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에 등장하는 대사다. 누적 관객 수 1,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신화를 쓴 이 영화에서 더 주목받은 건 바로 ‘수원왕갈비통닭’이었다.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한 이들도 있겠지만, 사실 수원 통닭거리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70년 길거리에서 직접 닭을 잡아 튀겨내던 좌판에서 시작된 통닭거리는 팔달문에서 화성행궁광장으로 이어지는 대로 뒤편 골목에 위치해 있다. 가장 오래된 가게이자 원조 격인 ‘매향통닭’을 필두로 크고 작은 통닭집이 10여 개 자리하고 있다. 커다란 가마솥의 펄펄 끓는 기름에 튀겨내는 옛날 조리법을 고수하는 이곳 통닭은 프라이드와 양념, 그리고 영화에도 등장했던 수원왕갈비통닭으로 메뉴는 단출하지만 차별화된 맛과 가격으로 인기가 높다. 일반 통닭에 비해 양이 많을뿐더러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의 조화가 일품이다. 함께 제공되는 겨자소스를 곁들여도 맛있고, 닭똥집 서비스도 놓칠 수 없는 별미다.
특히 수원왕갈비통닭은 수원을 대표하는 갈비 소스와 통닭을 결합해 만든 메뉴로 출시 당시에는 인기가 없어 사라졌다가 영화의 흥행과 함께 다시 부활했다. 말 그대로 ‘갈비인지 통닭인지’ 헷갈릴 만큼 입안 가득 진한 갈비 향과 통닭의 고소함이 기분 좋게 퍼진다. 영화가 개봉한 지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수원 통닭거리의 효자 메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수원시립미술관 등 주변에 볼거리가 많아 먹는 즐거움과 보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고, ‘통닭거리 축제’ 기간에 방문하면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보다 풍성한 즐길거리를 체험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1가 46-2
문의 031-228-4672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는
정읍 쌍화차거리
따뜻한 봄이면 만개한 벚꽃이 낭만을 더하고, 선선한 가을엔 단풍으로 물든 풍경이 장관을 이루는 전라남도 정읍.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경관은 물론 유구한 역사와 문화, 전통이 어우러져 최적의 여행지로 손꼽힌다.
오랜 전통만큼이나 정읍의 ‘차 문화’도 커다란 자랑거리다. <세종실록지리지>(1454)와 <동국여지승람> (1530) 등 기록에 의하면 정읍은 예로부터 주요 차 생산지였다고 전해진다. 특히 ‘신이 복용한 명약’이라 불리는 ‘지황’의 70%가 정읍에서 생산되는데,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됐을 만큼 품질이 우수하다. 정읍에서 유독 쌍화차가 유명한 이유도, 주재료인 숙지황의 원재료, 지황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맛과 영양 모두 갖춘 슬로푸드를 찾아 쌍화차거리를 찾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정읍 도심에 자리 잡은 쌍화차거리는 정읍경찰서에서 정읍세무서까지 이어지는 새암로에 위치한다. 약 350m의 거리에 10여 곳 넘는 전통 찻집이 있는데, 3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곳도 있다. 이곳의 쌍화차는 숙지황, 백작약, 황기, 당귀, 천궁, 진피, 감초, 대추 등 20여 가지의 엄선된 특등품 약제를 10시간 이상 정성으로 달여 깊은 맛을 자랑한다. 여기에 밤, 은행, 잣, 고명을 넣어 한가득 담아내는데, 묵직한 곱돌잔에 나오는 게 특징.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마음이 전해져 더욱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보통 식후에 먹는 차로 생각하기 쉽지만, 진한 쌍화차 한 잔으로도 속이 든든해지고 여기에 노릇하게 구운 가래떡이나 누룽지, 견과류 등 주전부리를 더해주면 한 끼 식사로도 제격이다. 쌍화차거리에서 몸과 마음 모두 든든하게 채우고 건강해지는 보약 같은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주소 전북 정읍시 장명동~수성동 일원
문의 063-539-58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