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에반젤리스트 김섬주
하이킹의 매력과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이가 있다. 국내 1호 하이킹 에반젤리스트 김섬주 씨의 삶과 산 이야기.
하이킹 에반젤리스트의 탄생
‘에반젤리스트’는 전도사 또는 구원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IT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테크 에반젤리스트, 이른바 기술 전도사라는 포지션 용어이기도 하다. ‘국내 1호 하이킹 에반젤리스트’라는 이름을 스스로 부여한 김섬주 씨 역시 한때 IT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원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였죠. 그때 지인의 권유로 등산을 시작했는데요. 직장 생활 마지막 2년은 매주 산에 올랐어요. 아무리 바빠도 주말 하루는 꼭 시간을 냈죠.”
김섬주 씨는 산에 오르게 된 게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하이킹을 시작한 이후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 지친 몸과 마음이 차츰 활력을 되찾으면서 하이킹의 매력을 알게 됐고, 그 가치를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졌다. 마침 회사를 그만두면서 본격적으로 하이킹 에반젤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김섬주 씨.
“하이킹을 하다 보니 좋은 점이 정말 많더라고요. 체력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멘탈 케어에 큰 도움이 돼요. 자연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이 되고요. 하이킹의 이로운 점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직접 경험하고 느꼈기에 더 자신이 있었죠. 하이킹 전도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예요.”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최근 등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만, 막상 산에 오르자니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게 사실. 김섬주 씨는 가장 먼저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이킹을 우리말로 하면 등산으로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우리나라에서의 등산은 트레킹에 가까워요. 트레킹이 산악지대에 국한되어 있다면 하이킹은 좀 더 범위가 넓은데요. 꼭 산이 아니어도 집 앞 공원이나 산책로에서도 할 수 있어요. 자연의 공간에 나를 놓아 두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하이킹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정해진 규칙이나 방법이 없는 것도 하이킹의 또 다른 매력이다. 반드시 정상에 오를 필요도, 정해진 시간 안에 완주할 필요도 없다. 오로지 나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고, 나에게 맞는 속도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하이킹은 특별한 자세나 동작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따라서 누구나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거창한 목표를 세울 필요도 없어요. 자연 안에 나를 두고 아름다움을 만끽하면 그만이에요. 자연 자체가 원동력이 되는 활동이라 볼 수 있죠.”
김섬주 씨가 하이킹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변화는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됐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그때그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 잘해내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내 감정 상태는 어떤지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하이킹은 늘 밖으로만 향해 있던 시선을 내면으로 옮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그의 프로그램은 조금 특별하다. 하이킹을 비롯해 명상,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 안에서 내 감정에 집중하고 철저하게 시선을 내 안으로 돌릴 수 있도록 돕는다.
“하이킹은 단순한 운동이 아닌 완벽한 쉼이라고 생각해요. 자연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휴식 그 자체죠. 온전한 나를 들여다보고, 내 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이를 통해 진짜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걷기 좋은 계절, 하이킹의 매력 속으로
김섬주 씨가 생각하는 하이킹의 진짜 매력은 성취감이 아니라 그때그때 느끼는 충만감이다. 목적한 바를 이뤘을 때의 성취감보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뿌듯함과 만족이 주는 충만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 어느 산을 갔느냐보다 왜 산을 오르는지, 또 어떤 감정이 드는지에 방점을 두는 이유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자신감으로 충만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하이킹의 이로운 점을 널리 알리고자 최근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라이프 코칭 전문가,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와 함께 개발한 ‘웰니스 하이킹 프로그램’이다.
“리셋(Reset), 리프레임(Reframe), 리부트(Reboot)를 합친, 진정한 의미의 웰니스 하이킹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많은 사람이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스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요. 하이킹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등산하기 좋은 계절, 가을에는 어떤 산이 좋을까?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 즐비하지만, 김섬주 씨의 픽은 충북 단양의 옥순봉과 구담봉. 단양팔경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옥순봉·구담봉은 월악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자연보전지구인데요. 사시사철 풍광이 아름다워 어느 계절에 찾아도 좋아요. 특히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도 예쁘지만 푸릇푸릇한 소나무와 충주호 절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죠.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는 코스예요.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속도에 맞춰 걸어보세요. 붉은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