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레킹 성지
두 발로 만끽하는 대자연의 아름다움. 자꾸만 걷고 싶게 만드는 세계 트레킹 성지를 찾아서.
천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산티아고 순례길
성 야고보의 유골이 안치된 산티아고 대성당이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최종 목적집니다. 9세기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된 이후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순례자가 산티아고로 향하는 이 길을 걷고 또 걸었는데요. 그중에는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도 있습니다. 그의 저서 <순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경험을 담고 있어요. 우리나라 제주 올레길도 이곳,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한 것으로 유명해요.
목적지는 같지만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가는 순례길은 다양해요. 어떤 코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난이도와 소요 기간에 차이가 나는데요. 많이 알려진 4대 코스는 프랑스와 스페인 접경 마을에서 출발하는 프랑스길, 스페인 내륙을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는 은의 길,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하는 포르투갈길, 이베리아 반도 북쪽 해안을 따라 걷는 스페인 북쪽 길이에요. 이 중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프랑스길. 프랑스 남부 마을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산티아고까지 걷는 약 800km의 코스죠.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스페인 하숙> 촬영지인 ‘비야프랑카’ 마을도 이 코스에 위치해 있어요. 이 밖에도 부르고스, 레온 등의 대도시와 작고 아담한 소도시, 산과 들판 그리고 정겨운 시골까지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1년 내내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요. 크레덴시알, 일명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으면 비교적 저렴한 순례자 숙소에 머물 수 있는데, 이때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야 완주 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으니 꼭 기억해두세요.
구름 속에 숨은 보물, 베트남 사파 트레킹
휴가철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로 꼽히는 베트남은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먹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해 여러 번 방문해도 색다른 즐거움이 넘치는데요. 대자연을 마주하고 싶다면 베트남 북부 판시판 산맥에 자리 잡은 도시, 사파를 추천해요.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의 휴가지로 알려져 주목받은 사파는 해발 1,650m의 고산지대 마을로 ‘구름의 도시’라 불려요. 구름과 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신비로운 풍광을 선사하고 프랑스 점령 시기에 지어진 유럽풍의 건축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죠.
사파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마을을 관통하는 트레킹이에요. 순박한 소수민족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그들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과 역사, 문화를 접할 수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는 흐몽족이 살고 있는 깟깟 마을인데요. 사파 시내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고, 가볍게 산책하듯 걸으며 구석구석 마을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층층이 쌓인 라이스 테라스가 끝없이 펼쳐지고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한 폭포가 하얗게 부서지며 쏟아지는 그림같은 풍경은 덤이죠.
사파는 연평균 기온이 15℃ 전후로 한여름에도 선선하고 베트남에서는 드물게 눈이 내릴 때도 있어 겨울에 찾는 이도 많답니다. 가이드와 함께하는 트레킹 투어를 신청하면 현지인의 집에 머물며 전통 식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요. 사파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자연을 충분히 느끼고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줄 거예요.
모험 가득한 페루 마추픽추 잉카 트레일
페루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마추픽추는 고대 잉카문명의 수수께끼를 품은 신비의 도시에요. 해발 약 2,437m 높이에 있어 산 아래에서는 볼 수 없고 오직 하늘에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어 공중도시 또는 잃어버린 도시라고 부르죠. 1911년 발견 이후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많아 호기심과 모험심 가득한 이들의 버킷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추픽추까지 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수세기 전 잉카인이 산을 깎아 만든 길을 걷는 잉카 트레일이 단연 인기에요. 잉카제국의 옛 수도 쿠스코에서 시작해 45km를 걷는 산악 코스로 보통 3박 4일이면 마추픽추에 도착할 수 있는데요. 잉카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은 지루할 틈이 없어요. 울창한 숲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림 같은 강과 계곡까지 아름다운 풍경이 실시간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기 때문이죠. 눈 덮인 안데스 산맥과 산 허리를 감싼 구름 사이로 마추픽추의 마지막 관문, 태양의 문을 통과하면 고대 요새가 마법처럼 모습을 드러내죠. 3박 4일 동안 안데스 산맥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구름 속을 걷는 시간은 잊을 수 없는 가장 특별한 모험이 될 거예요.
잉카 트레일은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고 지형이 고르지 않아 체력과 인내심이 필순데요. 특히 트레킹 코스 중간에 마주하는 ‘죽은 여인의 고개’는 해발 4,215m에 이를 만큼 고도가 높아 고산병에 미리 대비하는 게 좋습니다. 잉카 트레일은 개별 트레킹이 금지되어 있어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야 한답니다. 4일 코스가 부담스럽다면 버스로 마추픽추에 오르는 당일치기 관광도 마련돼 있으니 개인의 체력과 컨디션에 따라 선택 가능합니다. 입산 인원은 하루 500명 이내로 제한되니 적어도 3개월 전 예약이 필수라는 것을 기억해 두세요.
전 세계 트레커의 로망, 프랑스 몽블랑 트레킹
알프스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알려진 투르 드 몽블랑은 언제나 전 세계 트레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3개국을 넘너들며 알프스 산맥 최고봉인 몽블랑 둘레를 일주하는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기 때문이죠.
몽블랑 트레킹은 프랑스 작은 마을 샤모니 몽블랑에서 시작하는데요. 몽블랑 산자락 아래, 해발 1,037m에 위치한 샤모니는 드넓은 숲과 맑은 계곡, 거대한 설산을 품은 매력적인 산악 도시에요. 제1회 동계올림픽의 개최지이자 알피니즘의 발상지답게 스키와 등산, 캠핑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요.
‘하얀 머리의 산’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발 4,808m에 이르는 몽블랑 정상은 사계절 녹지 않는 흰 지붕을 덮고 있는데요. 트레킹 적기인 6~9월에 찾는다면, 눈으로 뒤덮인 봉우리 사이로 맑은 호수와 푸른 숲, 너른 들판을 가득 메운 야생화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몽블랑 산을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오가며 같은 듯 다른 세 나라의 풍경을 비교하며 걷는 것도 숨은 재미. 미식의 나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치즈가 유명한 스위스에서 맛보는 식사는 트레킹의 고단함을 날려주기에 충분해요.
170km의 몽블랑 트레킹은 완주하는 데 대략 10일 정도 소요되는데요. 급격한 경사보다는 지그재그로 완만한 길이 대부분이어서 초보자도 도전해볼 만해요. 코스 곳곳에 안락한 숙소와 백패커를 위한 캠핑장과 산장이 즐비하고, 필요한 물품은 가까운 산간 마을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야생화가 만발하는 7월은 최고의 절경을 감상하는 이들로 넘쳐나니 예약은 필수. 설산과 빙하가 빚어낸 웅장한 풍경은 특별한 여름휴가를 완성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