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도시 농부가 될 수 있을까?
집이나 주말농장 등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 농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깝게는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내가 먹을 작물을 기를 수 있다. 소소하게 농사의 기쁨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지금은 도시 농사 붐
한창 파 가격이 급등했던 때, 집에서 ‘파테크’에 도전한 사람이 많았다. 뿌리를 물에 꽂기만 하면 알아서 쑥쑥 크니 키우는 재미,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가깝게는 집 안에서, 동네나 근교 덧밭까지 크기는 작더라도 내 땅에 직접 농사를 지어 채소를 길러내는 기쁨에 빠져든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도시 농부는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거나 농촌의 정취를 느껴보고자 하는 흥미와 더불어 지친 일상에 새로운 힐링의 수단으로 농사를 선택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기에 맞는 채소를 심고, 시간이 날 때마다 밭에 들러 채소가 자라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뿌듯하다.
실제로 각 지자체에서는 도시 농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충청북도는 도시 유휴 인력을 도시 농부로 육성하기 위해 하루 4시간 농촌 인력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친다. 도시인에게는 농사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농가는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는 상생 프로그램이다. 시흥시에서는 총 5만9,523㎡ 규모로 도시 텃밭을 마련하고 추첨을 통해 도시 농부를 뽑는다. 도시농부학교가 있는 천안에서는 이곳에서 키운 꽃상추, 로메인 등의 작물을 외부 단체에 기부하는 활동을 벌이거나 부산 동구청에서는 초보 도시 농부에게 작물 모종을 무료로 배포하고 전문가가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도시 농부를 꿈꾸고 있다면 우리 동네에도 도시 농부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작은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점점 크기를 늘려가며 나에게 맞는 방식이나 좋아하는 작물을 찾아가면 된다.
도시 농부의 시작, 베란다 텃밭
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산다면 농사의 시작은 단연 베란다다. 해가 잘 들고, 바람이 통하면서 물을 자주 줄 수 있는 베란다라면 말이다. 베란다 크기에 맞는 텃밭 화분을 먼저 구비한다. 요즘은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서 화분 종류도 다양해졌다. 바닥에 바퀴가 있어서 위치를 쉽게 바꿀 수도 있고 저면관수 화분은 며칠 집을 비워도 관수 걱정을 덜 수 있다. 작물을 씨앗부터 키우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우니 시장이나 종묘사에서 모종을 사오는 것을 추천한다. 화분에 모종을 심고, 물을 듬뿍 주면 준비 완료.
베란다 텃밭의 장점은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작물을 두 눈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추, 부추, 대파 등 성장 속도가 빠른 작물은 몇 주만 지나면 베란다에서 수확해 바로 먹을 수 있으니 뿌듯하고 재미있다. 다만 베란다 방향에 따라 해가 들어오는 시간과 양에 차이가 있으니 작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생장 속도가 느리거나 웃자랄 수 있다. 또 비교적 크기가 작은 채소만 기를 수 있다는 것이 베란다 텃밭의 한계다.
넓은 곳에서 다양한 작물에 도전, 주말농장
일정 기간 동안 비용을 내고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주말농장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운영한다. 분기 또는 1년에 한 번 신청을 받아 땅을 배정해주는데 준비된 농장에 비해 사람이 몰리는 곳은 추첨을 통해 주말농장 농사꾼을 뽑기도 한다.
베란다에서 벗어나 진짜(!) 땅에서 본격적인 농사를 할 수 있는 주말농장은 무엇이든 기르고, 수확도 가능하다. 고구마, 고추, 오이, 가지, 배추 등 규모가 커진 만큼 채소의 크기도 커진다. 직접 심은 배추를 몇 개월 동안 애지중지 키워 김장을 하거나, 간단한 쌈채소는 농장에서 바로 수확하면 되니 따로 마트에서 채소를 구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급자족이 가능해진다.
주말농장은 농사의 ‘체험판’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식은 필수다. 고랑을 만들거나 물을 끌어오는 방법, 모종의 간격, 배추는 언제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베란다 텃밭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 또 주말농장에서 집까지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시간을 내서 물을 주고, 텃밭을 관리하러 가는 게 숙제처럼 여겨질 수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주말농장을 계약해 최소한의 작물로 시작해 점점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