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요리 전문가 송지현
계절의 에너지를 듬뿍 머금은 제철 채소의 매력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채소 요리 전문가 송지현 대표를 만나 제철 채소의 매력, 채소를 곁에 두고 즐기는 방법을 들었다.
채소를 사랑한 요리 전문가
건강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정작 시간을 내 운동하는 일이 어렵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채소가 건강에 좋다는 건 알지만, 일상에서 꾸준히 챙겨 먹기란 쉽지 않다. 나물 반찬이나 샐러드 등 조리법이 한정적이라는 생각, 맛이 없을 것이란 편견도 채소를 즐기는 데 걸림돌이다.
“채소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예요. 하지만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누구나 제철 채소를 간단한 조리법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채소 요리 연구가이자 베지따블 쿠킹 스튜디오의 송지현 대표는 스스로를 ‘채소 미식가’라 소개한다. 워낙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은 데다 채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붙인 이름이다. 어떻게 하면 채소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한 흔적은 그녀의 저서 <월간 채소>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엄선해서 책에 담은 레시피만 무려 101가지다. 송지현 대표가 소개하는 레시피의 특징은 바로 제철 채소를 이용했다는 점. 제철의 경계가 많이 무너진 듯한 요즘이지만 채소의 제철이 언제인지 알 수 있고, 계절의 에너지를 듬뿍 머금은 제철 채소를 1년 내내 즐길 수 있도록 레시피를 월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이달엔 어떤 채소를 먹으면 좋을지, 또 채소 고르는 법과 손질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줘 유익하다. 기획부터 레시피 개발, 음식 촬영까지 직접 진행하며 채소만으로 근사한 요리를 완성할 수 있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송지현 대표.
“책을 만드는 데 꼬박 1년이 걸렸어요. 아무래도 제철 채소를 다루다 보니 계절의 흐름에 따라 진행해야 했거든요. 그 시기에 가장 맛있는 채소를 골라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조리 방법에도 신경을 많이 썼죠. 제 노력과 진심이 독자에게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자연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
사실 송지현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은 잘 맞지 않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생 때 해외에 나갈 기회가 종종 있었어요. 헝가리, 미국, 인도에 살아보면서 그때 자연스럽게 새로운 음식을 접하게 됐죠. 마침 회사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 중이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떠오르더라고요. 음식과 관련된 일이라면 평생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요리를 시작하면서 접하게 된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은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 요리에 있어서는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핵심. 이를테면 뿌리부터 껍질까지 최대한 버리는 것 없이 모두 사용하고 그 계절에 나는 싱싱한 재료를 이용하는 것이다. 송 대표가 제철 채소를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철 채소는 말 그대로 그 계절에만 나는 채소잖아요. 비닐하우스 시설에서 억지로 재배한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란 채소가 우리 몸에 더 좋을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제철 채소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니 이런 축복이 또 있을까요.”
송지현 대표는 마크로비오틱을 접하며 자연과 사물,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느낀다고. 흔한 식재료에서도 계절을 느끼고, 어디에서 어떻게 자랐을지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는 송지현 대표.
“저에게는 사랑스러운 딸이 있는데요. 팬데믹 시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거였어요. 후대에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자 하는 것도 마크로비오틱의 한 방법인데요. 제 딸은 물론 그 이후 세대에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중 하나가 바로 제철 채소를 먹는 거랍니다.”
제철 채소의 신선함이 담긴 음식
송지현 대표가 운영하는 베지따블 쿠킹 스튜디오에서는 제철 채소를 이용한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 정규 클래스로는 매월 다양한 식재료와 레시피를 배울 수 있는 ‘월간 베지따블’, 제철 채소를 이용해 지중해식 요리를 소개하는 ‘지중해식 채소요리’가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프렌치 요리’ 수업은 양식의 기초를 다지며 다양한 채소 활용법을 배울 수 있다. 특별히 프렌치 셰프를 섭외해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프렌치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알차게 준비했다.
“수강생 대부분이 비슷한 이유로 찾아오세요. 좀 더 건강하고 다양하게 채소를 즐기고 싶어서인데요. 수업을 듣고 나면 ‘모두 집에 있는 재료인데, 이런 맛이 나다니 신기해요!’라고 말씀해주세요. 제 요리는 특별한 게 없어요. 재료 또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죠. 채소에 대한 관심, 약간의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송지현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채소의 매력을 알 수 있도록 지난 2월, ‘초록버터서울’을 오픈했다.
동생과 함께 운영하는 브런치 카페로 생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제철 채소로 신선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한다. 계절마다 가장 맛있는 재료로 다채로운 맛과 이야기를 선사하고자 만든 공간이다. 송 대표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채소 요리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직접 경험해보는 게 가장 좋겠죠. 요리 수업도 좋고, 책을 보고 따라 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지금 같은 여름에는 오이가 정말 맛있는데요. 쓴맛도 없고 수분이 진짜 가득하거든요. 아삭아삭한 식감도 좋고요. 여러분도 싱싱한 제철 채소로 맛있는 채소 요리를 꼭 즐겨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