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레시어터 황경호 발레리노
추운 겨울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 공연의 꽃이다. 아름다운 음악과 춤의 향연, 화려한 무대로 연말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공연, 그리고 서울발레시어터 황경호 발레리노의 발레 이야기.
발레의 매력 속으로
크리스마스만큼이나 연말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풍성한 공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연말이면 뮤지컬과 콘서트, 연주회 등 다양한 공연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그중에서도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이면 빠지지 않는, 전 세계 스테디셀러 공연이다.
마포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인 서울발레시어터도 12월 <호두까기 인형>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클래식과 창작 발레 공연을 넘나들며 매번 다채로운 발레의 매력을 보여주기에 서울발레시어터의 연말 공연을 기다리는 이가 많다. 황경호 발레리노는 발레의 매력을 ‘음악과 무용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설명한다.
“발레는 정교한 테크닉과 철저한 훈련을 기반으로 하는 고전 발레부터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현대 발레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요. 무용수들은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몸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감정을 표현하죠.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선사하고,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게 발레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발레를 접하기 쉽지 않은 어려운 장르로 여겼다면, 최근에는 발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배우는 사람도 많다. 딱딱한 클래식을 넘어 자유롭고 다채로운 창작 발레 공연이 늘어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우리나라 최초로 창작 발레를 선보인 곳이에요. 외국에서 들여온 클래식 발레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창작 발레를 만들고자 설립됐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창작 발레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고,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선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운명처럼 시작된 발레 인생
황경호 발레리노의 발레 인생은 ‘춤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됐다. 어렸을 때부터 춤을 좋아했던 그는 입시를 앞두고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발레를 시작했다.
“원래는 힙합 장르를 좋아했어요. 춤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난 뒤에는 부모님께 허락받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그러다가 부모님의 권유로 발레를 접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반감이 들었던 게 사실인데요. 또래 남학생들이 발레 하는 모습을 보니 균형 잡힌 몸이며 손짓 하나하나 정말 멋있더라고요. 못 이기는 척, 그렇게 발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7세라는 늦은 나이에 시작했음에도 발레에 두각을 드러냈던 그는 6개월 만에 고양예술고등학교에 편입, 대학과 대학원에서 무용학 석사까지 마친 데 이어 현재 서울발레시어터 수석 무용수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연기하며 즐겁고 보람된 순간도 많았지만, 늘 뒤돌아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인공 로미오 역할을 맡았을 땐 제가 너무 어렸어요. 그래서 지금 다시 하게 된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국내 최초의 록 발레 <비잉(Being)>에서는 굴곡진 인생을 사는 주인공을 맡았는데요. 롤러코스터 같았던 제 삶과도 닮아 있어 감정이입이 많이 됐었죠. 모든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지만,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큰 것 같아요.”
수석 무용수이자 발레단 내 다른 무용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로도 활동 중인 황경호 발레리노에게 다가올 2025년은 특별하다. 서울발레시어터 설립 3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 과연 내년에는 어떤 공연을 펼치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과 또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사할지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안무가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어요.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안무가전’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훗날 제 이름을 건 공연을 올리는 게 최종 목표거든요. 2025년은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연말은 발레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호두까기 인형>은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좋은 발레 공연이다. 따뜻하고 동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겨울의 낭만을 느낄 수 있어 특별한 연말을 보내기에 안성맞춤. 같은 작품이라도 다양한 해석과 연출을 통해 발레단마다 조금씩 차이가 존재하는데,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의 경우, 환상적인 무대와 빠른 전개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저희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보다 한국적인 소재를 가미했어요. 특히 2막의 디베르티스망(Divertissment)*이 큰 볼거리인데요. 스페인, 중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를 모티프로 한 화려한 춤이 등장해요. 여기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춤’을 선보였다는 게 저희 공연의 특별함이죠. 그래서 관객들이 더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2025년 설립 30주년을 맞는 서울발레시어터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한국 발레 창작과 대중화’라는 모토를 성실하게 지켜나갈 계획이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신작 창작도 이어나간다. 마포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로서 지역사회 주민과 소통하고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축제도 예정돼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황경호 발레리노.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 보듯, 저희 발레 공연도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성탄절과 연말을 보내는 데 저희 공연이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더 값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아름다운 발레 공연과 함께 따뜻한 연말, 행복한 새해 맞으시길 바랍니다.”